말똥구리(11)보현산 골짜기로부터 산천초목이 빽빽하게 들어찼고 천지만물을 향한 녹지가 어느 때 보다 융숭(隆崇)하여 투정하거나 겉도는 것 없이, 세상 모든 조화가 한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보현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우렁차고 깊었다. 무릇 살아 남고자하는 산짐승들은 그곳을 경유하는 간이(簡易)지점으로 택했고, 수명이 다한 짐승들은 스스로를 낮추면서 회귀(回歸)본능을 앞세워 찾아 들었다. 제각각 살점이 썩어 비옥한 땅을 이루기 위한 뒤틀림에 대한 실상(實相)이 된지 오래였다. 희거나 검거나 새벽 뿌리가 드러난 곰내재에 야생마들이 혼곤한 잠속에 빠져 있는 것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미 골짜기에서 비롯된 구성원의 선두대열에 야생마들이 자리했고 생식기가 저절로 다물고 벌어지는 자연의 가계(家系)를 목도하게끔 탄탄한 판이 짜여 지고 있었다. 모두의 순응은 놀라웠고 가치는 충실한 만큼 보답이 주어졌다. 양지부락과 두들부락과 대태부락과 굼돔부락과 평지부락이 두마국(國)을 버텨주는 기둥이라면 곰내제의 너른 들판은 미상불(未嘗不) 마을백성들의 존재에 대한 확고한 외침이고 찬사(讚辭)였다. 이탈을 막는 끈끈한 고리였다. 가르치고 생각하게 하는 스승이었다.겨울 한철을 나기위해 하늘을 긁으며 두루미들이 종으로 횡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리고 말문이 막혀올, 전율이 일었다. 골짜기와 곰내제 비탈을 거점으로 짝을 맺기 위해 구애(求愛) 춤을 추는 동작은 경이롭기까지 한 것은 당연했다. 우아한 울음소리와 곁들여 한 짝만을 선택하여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습성에 놀라고 도래(到來)되는 시기에 골짜기는 더욱 기운차게 날갯짓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고 느껴졌다. 풍족한 먹이 때문이라고 마을백성들은 입을 모았다. 인적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사계절이 어우러져 갈퀴질로 긁어모은 듯, 모양새를 갖춘 곡물과 씨앗들이 넘쳐났다. 발아(發芽)의 목적보다 두루미의 힘줄이 되고 날갯죽지가 되어 편대(編隊)비행에 보탬이 되라는 암묵적인 약속 같았다. 고라니가 다녀가도, 멧돼지가, 노루가, 너구리가, 심지어 호랑이가 다녀가도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두루미는 야생마보다 선두 대열에서 마을백성들의 자존감에 일조하고 있었다. 그들이 날아올랐다. 수백 마리의 두루미가 토실해진 날갯죽지를 시험 삼아 한꺼번에 창공을 차고 날아오른 것이다.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모두의 날갯짓은 확보된 공간과 그들만의 배려와 하늘이 던져주는 포만감과, 목적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우선시 된 이동을 필요로 할 것이다. 낙오될 여지는 예초에 남겨두지 않았다. 선두의 힘이 오롯이 전달되어 비상(飛上)으로 흔들거나, 낚아채거나, 보채거나 오래된 습관처럼 언제나 평온을 유지할 것이다.  두루미는 바람과 구름을 몰고 다니면서 그들만의 세상이 꿈꾸는 몸속으로 하강할 것이다. 시나브로 골짜기는 비워질 것이고 아무리 강건한 산짐승이 채워진다고 해도 대신 할 수가 없다. 수백 마리의 두루미가 밤낮으로, 높고 울림 있는 울음소리를 토하던 그곳, 두마국의 백성으로 위용을 자랑하던 그곳이기에 골짜기는 무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사계절 속에 묻혀 살아도 넌지시 돌아본 그 순간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두루미로 뒤덮였다면, 오래 앓는 기침처럼 멈추지 못할 것이다. 가난도, 설움도, 배고픔도 보상 받고도 남을 보현산 골짜기의 두루미면 내내 족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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