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향교 옆,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작은 공간. 매주 수요일이 되면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우담사랑 무료급식소’. 그리고 이 공간을 10년 넘게 묵묵히 지켜온 사람이 있다. 우담사랑봉사단 윤인숙 단장이다.윤 단장은 봉사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다 “이제는 정착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폐가를 직접 리모델링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은 단순한 급식소가 아닌,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이 됐다. 지금 자리에서만 1년 남짓, 전체 활동 기간은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무료급식은 매주 수요일. 하지만 윤 단장의 나눔은 하루에 그치지 않는다. 쌀 봉사와 연탄 봉사, 찾아가는 경로당 급식, 시장과 요양원, 주간보호센터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우담사랑봉사단은 기꺼이 한쪽을 내어주고 있는 15명의 회원들이 함께 활동 중이다. 우담사랑 무료급식소 윤인숙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대접받는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영천향교옆 우담바라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윤인숙 우담사랑봉사단장은 “사탕 하나도 혼자 먹지 말고 남하고 나눠 먹어라”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이 모든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윤 단장은 “어릴 때부터 자기 입에 넣기보다 남에게 먼저 주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말한다. 사찰을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어려운 이웃들, 그리고 끼니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었다.“별거 아니지만, 따뜻한 국수라도 한 그릇 드리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었어요.”운영 비용은 전액 자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주변에서도 “얼마나 오래 하겠느냐”던 시선이 “십시일반 돕겠다”는 응원으로 바뀌었다. 부족한 운영비는 윤 단장의 월세 수익으로 메우며 지금까지 버텨왔다.윤 단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단 하나다. ‘돕는 사람’이 아니라, ‘대접하는 마음’.“어르신들이 얻어먹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 대접받는 기분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그래서 봉사자 전원은 보건증을 발급받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음식은 언제나 깨끗하게, 말 한마디도 더 친절하게. 윤 단장은 “음식에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그건 진짜 나눔이 아니다”고 말한다.배식은 오전 11시 반부터지만, 요즘 어르신들은 오전 10시면 도착한다. 겨울엔 따뜻한 방에서, 여름엔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는 대청마루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급식소는 어느새 밥을 먹는 곳을 넘어, 외로움을 나누는 사랑방이 됐다.때로는 어르신들이 오히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온다. 빵, 호떡,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와 감자, 호박까지. 윤 단장은 “친정 어머니들이 찾아오는 느낌”이라며 웃는다.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창기 혼자 급식을 하던 시절이다. 한 할머니가 국수를 팔아먹는 줄 알고 “돈 없다”며 돌아서려 했다. 무료라고 설명하고 대접했더니, 다음 주 봉투에 10만 원을 넣어 오셨다. “어디 가서 국수 먹어봐도 이런 맛이 안 난다.”그 한마디가 윤 단장을 10년 넘게 붙잡아 준 힘이었다.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윤 단장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가장 또렷한 얼굴로 남아 있다.물론 상처도 있었다. 시장 한쪽에서 봉사를 하다 “정치하려고 쇼 한다”는 오해를 받았고, 종교를 이유로 폄하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윤 단장은 “좋은 일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그때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는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국수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짜장밥, 쇠고기국밥, 곰국까지 메뉴가 다양해졌다. 한 달에 다섯 주가 있는 달엔 마지막 주를 ‘특식 데이’로 정해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한다.현재 매주 100여 명이 급식소를 찾는다. 수요일 외에도 인근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는 급식 봉사를 하고, 이른 새벽에는 영천종합스포츠센터를 찾아 운동 나온 어르신들에게 사탕을 나눠준다. 덕분에 윤 단장은 ‘사탕보살’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윤 단장이 말하는 나눔은 거창하지 않다. “화장품 하나 안 사고, 옷 하나 안 사면 어르신 한 분께 국수 한 그릇 드릴 수 있어요. 그 국수를 드시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눔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 어르신 등 한 번 밀어드리는 것도 다 나눔입니다. 조금의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질 수 있어요.”국수 한 그릇에 담긴 10년의 시간. 우담사랑 무료급식소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세상을 데우고 있다. 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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