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가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경기 침체의 한파가 온 나라를 옥죄고 있다. 서민들 지갑이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던 때 지역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희망 2026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194도를 가리켰다. 목표 모금액 6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11억6500만 원이 두 달 만에 모였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선행의 합산이 아니다. 어려울수록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이 공동체의 오래되고 단단한 심성 아닐까.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의 면면은 더 인상적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거액을 쾌척했고, 농협과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기관·단체 400여 곳이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캠페인을 진정으로 빛낸 것은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작은 사연들이다. 40년 넘게 돼지저금통을 이어온 시민, 쌈짓돈을 꺼내든 어르신, 마라톤 1km를 뛸 때마다 천 원씩 적립해 100만 원을 내놓은 학생, 손편지와 함께 용돈을 건넨 어린이. 이들의 마음이 모여 온도탑을 194도까지 끌어올렸다. 그 온기는 어떤 통계로도 다 담아낼 수 없다.나눔은 여유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진짜 기둥이다. 영천의 이번 사례는 그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기부 문화는 때로 사회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기가 어려우면 위축되고, 분위기가 무거우면 침묵한다. 그런데 우리는 달랐다. 불황 속에서도 목표의 두 배 가까이 넘겼다는 사실은, 우리의 나눔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뜻한다.물론 기부로 모인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 가정과 사회복지시설, 맞춤형 복지사업 등에 쓰인다. 돈이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이 나눔의 정신이 사회 전반으로 더욱 넓게 확산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아직 동참하지 못한 계층,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이웃들에게까지 이 문화가 뻗어가야 비로소 공동체는 한 뼘 더 성숙해진다.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나눔에 참여한 개인과 단체의 이름이 오래오래 기억되고 기려져야 한다. 거창한 시상식이 아니어도 좋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감사의 표현,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기억하는 방식이라면 충분하다. 그것이 내년의 나눔을 부르고, 또 그다음 해의 나눔을 이어가는 동력이 된다. 기부는 칭찬받을 때 더 넓게 번진다.194도가 의미하는 것은 목표치의 초과 달성만이 아니다. 그것은 이 공동체가 아직 따뜻하다는 증거이고, 서로를 포기 않겠다는 다짐의 온도이다. 꽃샘추위가 남은 이 계절, 영천의 이야기는 그 어떤 봄소식보다 먼저 찾아온 온기다. 이 온기가 내년 겨울에도, 그다음 겨울에도 식지 않기를, 그리고 지역을 넘어 더 많은 곳에서 기적이 반복되기를 기원한다. 아름다운 공동체는 제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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