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통주·한국와인 베스트 트로피에서 최고 영예인 ‘그랑골드’를 거머쥔 조흔와이너리가 화제다. 지역의 정체성을 세계적 수준의 품질로 승화시켜 집념의 산물을 낳았다. 서리를 맞히고 겨울 추위 속에 포도를 얼려 수확하는 고집스러운 양조 방식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해 냈다. 영천의 테루아(Terroir)를 정직하게 담아내며 한국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연 20년 외길 인생 조흔와이너리 서광복 대표를 만나 지역 와인이 단순히 술을 넘어 지역의 대표 관광 자원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2026년 초부터 한국 와인업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2026 전통주·한국와인 베스트 트로피’에서 조흔와이너리의 ‘홀스타(Horstar)’가 최고 영예인 그랑골드를 수상한 것이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와이너리의 영광을 넘어, 경북 영천이라는 지역적 정체성과 20년 외길 인생의 장인 정신이 결합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 수상 직후 만난 조흔와이너리 대표의 표정에는 기쁨보다는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더 깊게 새겨져 있었다. 조흔와이너리의 대표 브랜드 ‘홀스타’는 영천의 상징인 ‘말(Horse)’과 ‘별(Star)’의 영문을 조합해 탄생했다. 보현산 천문과학관이 위치할 만큼 맑은 하늘과 풍부한 일조량, 적은 강수량을 자랑하는 영천은 프랑스의 보르도에 비견될 만큼 와인용 포도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홀스타라는 브랜드에는 영천와인의 기본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영천의 테루아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이라고 확신했죠.” 그는 일찍이 영천 전역의 토질을 분석해 보현산과 운주산 자락, 금호강변 자갈밭 등지에 포도밭을 일궜다. 특히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일교차를 이용해 포도알은 작게, 껍질은 두껍게 재배함으로써 풍부한 산미와 아로마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에 수상한 ‘홀스타 화이트’의 비결은 철저히 ‘원칙’에 기반한다. 보통 10월에 수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이곳은 포도가 서리를 맞고 겨울의 추위 속에 얼고 녹기를 반복할 때까지 기다린다. “1월이나 2월 초, 포도가 꽁꽁 얼었을 때 수확합니다. 이를 저온 발효시키면 과일 본연의 아로마가 극대화되죠. 자연스럽게 남은 잔당이 주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홀스타만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제조법은 유럽의 아이스와인이나 아마로네의 아파시멘토(자연건조)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2008년부터 지켜온 ‘겨울 수확과 자연건조’라는 원칙은 기후 조건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조흔와이너리는 국내 농가형 와이너리가 흔히 겪는 품질 관리의 어려움을 철저한 데이터와 세심한 관리로 극복했다. 코르크 선택부터 병의 색깔, 숙성 과정의 온도와 습도, 심지어 보관고의 빛과 진동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것이 숙성 관리입니다. 온도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문제가 생기죠. 숙성 기간별로 온도를 달리하고 병입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좋은 와인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고집은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저도수 및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 시장을 겨냥해 이미 관련 제품군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한국 와인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더 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지역 와인이 가진 규격화와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길을 열겠다는 포부다. “외국 와인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가장 한국적인 차별성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해발 400m 이상에서 재배한 야생 머루를 활용해 가장 한국적인 향과 풍미를 가진 와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의 마지막 시선은 지역 사회로 향한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곳을 넘어, 지역 포도 농가와 상생하며 관광객이 찾아오는 ‘농촌융복합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의 장기적인 로드맵이다. 20년 전 품었던 농업의 미래와 포도 농가의 희망은 이제 ‘그랑골드’라는 빛나는 훈장이 되어 돌아왔다. 조흔와이너리의 도전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최병식 기자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4-25 04:23:40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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