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이 다가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입니다.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책임의 절반은 언론에 있다는 사실. 인정하는 언론인은 많지 않습니다. 지역 선거판에서 언론은 두 얼굴을 가집니다. 공정한 심판자를 자처하면서 동시에 특정 진영의 확성기 기능입니다. 이 이중성은 오래된 것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 그 속도와 파급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 하나가 몇 시간 만에 지역 전체를 뒤덮습니다. 특정 후보의 출마 선언이 기사를 가장한 홍보물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공론장의 민낯입니다.언론이 무엇을 기사로 선택하고 무엇을 배제하느냐, 그 선택의 순간 이미 언론은 선거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개입이 원칙에 따른 것이냐,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냐입니다. 특정 캠프의 메시지를 검증 없이 받아 쓰는 기사는 공정 보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광고지요.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기획된 기사는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기입니다. 지역 언론이 이 경계를 흐릴 때, 유권자는 판단의 기준점을 잃습니다.받아쓰기와 검증은 다릅니다. 출마의 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기자의 일이 아닙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공약이 실행 가능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기자의 일이지요. 지방선거에서 이 기본을 지키는 언론이 얼마나 될까 자문하면 답이 불편합니다.지방선거는 생활 정치입니다. 중앙 권력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내 동네 도로가 어떻게 놓이고, 우리 아이들 학교 예산이 어떻게 책정되고, 지역 공동체의 향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규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치입니다. 그만큼 유권자에게 제공돼야 할 정보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검증된 것이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주체가 지역 언론 외에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지역 언론의 직무유기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배신입니다.정책과 공약을 넘어 ‘사람’을 검증하는 일도 언론의 책무입니다. 지방 권력은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습니다. 권한은 작아 보여도 영향은 직접적입니다. 인성이 부족한 정치인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비판을 음해로 치환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대신 증폭시킵니다. 결국 행정은 흔들리고 지역 공동체가 소모됩니다. 언론은 화려한 언변과 선거용 미담 뒤에 가려진 그 사람의 실제를 보여줘야 합니다. 갈등 상황에서의 대응,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 말과 행동의 일관성 등을 알리는 것이 진짜 검증입니다.공정 보도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언론 윤리 강령 첫 페이지에 장식처럼 박혀 있는 문구도 아닙니다. 공정 보도는 언론의 존립 조건입니다. 편파 보도는 즉각적이고도 긴 결과를 낳습니다. 유권자는 언론을 믿지 않게 되고, 선거 결과는 승복되지 않으며, 지역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분열을 안고 갈 수 있습니다. 그 균열을 만드는 것이 정치 영역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언론이 뿌린 불신의 씨앗은 쉽게 뽑히지도 않습니다.선거를 통해 지역이 성숙해지는지 퇴보하는지는 후보자의 수준만큼이나 언론의 수준에도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이 기준을 세워야 유권자가 기준을 갖게 됩니다. 언론이 방향 대신 기준을 제시할 때, 선거는 비로소 민주주의의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이번 6.3선거는 영천의 다음 4년을 결정합니다. 한 번의 선택이 긴 시간을 규정합니다. 행정의 방향, 도시의 구조, 재정의 우선 순위 등 공동체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 선택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확한 정보 위에서만 가능합니다.선거를 앞두고 한번 물어봅니다. 지금 무엇을 쓰고 있으며, 왜 쓰는지를. 이 질문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기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그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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