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사람들이 수십 년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노래가 마침내 공식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영천시 향토문화유산위원회는 최근 ‘향토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12조에 따라 ‘영천아리랑’과 ‘新 영천아리랑’을 묶어 향토무형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고시했다. 지역 민요가 단순한 ‘옛 노래’를 넘어 역사적 기록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영천아리랑의 뿌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제 이주와 수탈의 시대, 영천 주민들은 머나먼 중국 흑룡강성 일대로 집단 이주하며 고향을 등져야 했다. 그 척박한 땅에서 사람들이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노래였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공동체를 향한 의지가 선율에 녹아들었고, 그것이 바로 영천아리랑의 원형이다.영남 특유의 메나리토리를 뼈대로 한 구성진 가창법, 시대의 아픔을 담은 노랫말은 단순한 민요가 아닌 ‘소리로 쓴 지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원회가 이 곡을 향토무형문화유산 1호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현재 전승되는 영천아리랑은 두 줄기로 나뉜다. 중국·북한 지역에서 전해지던 악보를 정리한 세마치장단의 ‘新 영천아리랑’과, 故 장두표 옹의 고형(古形)을 바탕으로 엇모리장단을 주요 곡조로 삼는 전통 ‘영천아리랑’이다. 위원회는 두 전승 계통의 역사성과 예술성, 학술적 가치, 향토적 색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하나의 종목으로 아우렀다.전승의 공식 계보도 이번에 함께 확인됐다. (사)영천아리랑연구보존회 전은석 회장이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영천 출생인 그는 1995년 박숙경을 사사한 데 이어, 2003년에는 북한에서 전해지던 영천아리랑을 장두표 옹으로부터 발굴·전수한 명창 정은하의 문하에서 깊이를 더했다. 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