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불성실한 응답과 낮은 참여율이 통계를 왜곡할 뿐이다. 11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와 영천시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2026년 사회조사’를 앞두고, 이 조사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님을 시민들이 먼저 인식해야 할 때다.이번 사회조사는 약 900여 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해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 수준, 주거환경, 건강, 안전, 문화·여가, 교통, 정보통신 등 12개 부문 49개 문항에 걸쳐 시민의 삶 전반을 들여다본다. 방대한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질문들은 하나의 핵심을 향한다. “당신은 지금 이 도시에서 잘 살고 있습니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곧 정책의 출발점이 된다.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조사참여 의식의 관행과 태도다. “귀찮다”, “어차피 달라지는 것도 없다”, “내 대답 하나쯤이야”라는 체념과 냉소가 쌓일수록,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껍데기가 된다. 표본 조사의 특성상 선정된 900여 가구의 응답 하나하나는 수천, 수만 명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한 가구의 무응답은 단순한 공란이 아니라 지역사회 일부의 침묵이며, 그 침묵은 정책 사각지대를 만드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더욱이 이번 조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관적 행복 수준’을 정면으로 묻는다는 점에 있다. 소득이 늘고 인프라가 개선됐다 해도 시민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정책은 실패다. 반대로 외형적 지표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시민의 체감 만족도가 높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정의 성과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던 ‘삶의 질’을 데이터로 포착하려는 이 시도는, 행정이 시민의 감각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방식으로 인식된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물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참여를 가로막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통계법에 따라 수집된 모든 정보가 통계 작성 이외의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되지 않으며, 개인 정보는 엄격한 보안 절차로 보호된다. 조사요원은 공식 방문증을 패용하고 가구를 방문하므로, 신분 확인 후 안심하고 응답해도 무방하다. 제도적 안전장치는 이미 갖춰져 있다.지방소멸 위기가 현실이 된 시대, 지역이 살아남으려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처방 없는 치료가 없듯, 데이터 없는 정책은 모래 위의 성이다. 영천시가 이번 조사를 통해 얻는 결과물은 단순한 통계 보고서가 아니라, 향후 5년, 10년을 설계하는 지역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 나침반을 올바르게 세우는 일은 행정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대답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표본으로 선정된 가구의 시민들에게 당부한다. 문을 열어달라. 솔직하게 답하라.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말하라. 그 목소리가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정책이 되며, 정책이 바뀐 일상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통계의 선순환이 완성된다. 민주주의가 투표로만 작동하지 않듯, 지역 행정 역시 시민의 일상적 참여 위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