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14)두마국(國)의 7대 절대권좌 합하(閤下)는 4명의 아들을 두었다. 당연히 세자책봉의 우선순위는 서열대로 첫째 춘명이 당연시 되었다. 둘째 하명과 셋째 추명과 넷째 동명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소년티를 벗으며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아버지 합하의 별세(別世)에 맞춰 피바람은 몰아친다고 흉흉하게 떠돌았다. 그 소문을 전해 들으면서 그것이 단지 소문이 아니라 역대(歷代)로 내려오는, 사실에 충실한 무게로 짓눌러졌다. 아버지는 정사(政事)를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병중이었다. 사냥을 즐기는 춘명은 그날도 군사들의 호위아래 고라니를 명중시켰다. 대나무에 들닭(꿩) 깃털을 조합한 화살은 완력의 세기에 따라 정확한 목표를 찾아가는 매력이 있었다.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으로 매번 그를 흡족하게 했다. 고라니 피는 목 넘김에서부터 요동쳤다. 사슴이든지, 멧돼지든지 그 자리에서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멱을 따서 자신의 용맹을 만천하에 떨칠 기회로, 생혈(生血)로 과시하였다. 붉은 피가 온기를 품고 펄떡거리고, 그를 추종하는 군사들의 시선 안에서 춘명은 요란하고 드세게 배를 채웠다. 입가를 붉게 물든, 뱃살이 불뚝 일어났다.다만 횟수가 잦아질수록 춘명은 왠지 병약해졌다. 아버지의 병세와 닮았다고, 관의(官醫)들은 입을 모았지만 함부로 생혈을 원인으로 꼽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사냥에서 포획한 짐승의 붉은 피는 곧 용맹함의 상징이며, 누구라도 이의를 달거나 심지어 안위를 걱정하는 소리에도 가차 없이 매달았다. 앞장서서 외칠 수 있는 자격을 붉은 피에 두었으니 단호함이 오죽했으랴. 다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약조(約條)로 매단 밧줄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세균 덩어리들에게 유리해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몸속 전체에 야금야금 퍼질 수 있게 진딧물 모양의 번식을, 관의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허투루 나서지 않았다. 번들거리는 낯빛으로, 입가에 범벅된 핏물로, 살기등등한 기세로 아우성치던 주군의 앞이면 너나없이 작아지게 마련이었다. 어찌되었던 세자책봉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자연히 둘째 하명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하명은 중차대한 나라의 평안보다 한세상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묻혀 살기를 더 간곡해했다.한 가지 제안을 위해 술시(戌時) 무렵, 햇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은 이른 봄에 동생 추명을 찾아갔다. 세자책봉이 코앞이라 위상은 말로 할 수 없었지만 자세만큼은 다소곳했다. “추명이 있는가?”하명의 목소리에 버선발로 뛰어 나왔다. “형님께서, 어려운 행차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럴 짬이 없네. 한상 거하게 받아놓은 것도 있고 해서, 후딱 다녀온다며 들렸네. 동생이라면 확답을 받아도 뒷말이 없을 것 같은 이 마음을 동감할 수 있겠나?” 눈치 빠른 추명은 무슨 말이 나올지 어렴풋이 짐작하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난 절대권좌도 싫네. 한평생 치마폭에 묻혀 술타령이나 하다가 마감하고 싶네. 그래서 말인데 내 목숨을 보장하고 동생이 이 나라를 가져가세.”“반드시 약조를 지키겠습니다. 두말하기 없깁니다. 그러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그것도 제가 꾀를 모아 보지요. 가까운 시일 내에 들르겠습니다. 다만 넷째 동명은 언제든 반기를 들 수 있기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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