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심각한 공중보건의사 구인난 탓에 지역에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플 때 갈 수 있는 곳이 보건지소밖에 없는 면단위 농촌 어르신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영천시보건소가 보유해야 하는 의사의 정원은 24명(의과 13명, 한의과 7명, 치과 4명)이지만 3월 16일 기준 영천시보건소(보건지소 포함)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는 모두 17명(의과 6명, 치과 4명, 한의 7명)이다.오는 4월 9일, 영천시보건소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 7명이 복무기간 만료와 함께 동시에 자리를 떠난다. 의과 4명, 한의과 2명, 치과 1명이다. 이날 이후 영천 의과 공중보건의는 단 2명만 남는다. 정원(13명)의 15%에 불과한 인원으로, 인구 10만 도시의 공공 의료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잔류 2명 가운데 1명은 영천시보건소 본소를 전담하게 된다. 나머지 1명에게는 보건지소 진료, 보건진료소 순회진료, 예방접종 업무까지 몰린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 분장이다. 의료 현장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지속될 경우 진료의 질 저하는 물론, 남은 의사마저 번아웃으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 경고한다.이미 금호읍과 북안면 등 4개 보건진료소에는 상시 근무 공중보건의가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아파도 이동 수단이 없거나 거리가 멀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호소한다. 보건지소가 ‘유일한 의료 창구’인 이들에게 문닫는 보건지소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이에 영천시보건소는 올해 1월부터 3월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간제 의사 채용 공고를 냈다. 결과는 세 번 모두 실패였다. 한 명의 시니어 의사가 원서를 냈지만 ‘주 5일 근무가 부담스럽다’며 최종 면접을 스스로 포기했다. 지방 의료기관이 의사를 모셔오지 못해 안달이 난 현실에서, 지원자가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발걸음을 돌리는 풍경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보건소 측은 올해부터 일일 보수를 60만 원으로 올리는 등 처우 개선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조적 문제는 돈으로 메울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 근무 기피, 의사 절대 인력 부족, 그리고 군의관 우선 선발이라는 세 겹의 벽이 공중보건의 자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공중보건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여 군 복무를 대신하는 임기제 공무원이지만 고갈의 뿌리는 깊다.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불거진 의정 갈등과 전공의 파업은 수련·교육 체계를 흔들었고, 그 여파는 지역 보건망 최말단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일반 군 복무(18개월)의 두 배에 달하는 공중보건의 의무 복무기간(36개월)은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장벽이다.한태웅 보건위생과장은 “일반 병사 복무기간이 단축된 만큼, 공중보건의 의무 복무기간도 1년 정도 줄여야 지원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 배치 권한이 국방부·보건복지부·경북도에 분산돼 있어 시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영천시보건소는 올해 배치 계획조차 아직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결국 영천시보건소는 병·의원이 인접한 지역의 보건지소와 월평균 진료 건수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농촌 보건지소 폐소 수순이다.도시 지역 주민에게 보건지소는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도, 대중교통도 닿지 않는 면 단위 농촌에서 보건지소는 처음이자 마지막 의료 자원이다.박선희 영천시보건소장은 “기간제 의사 채용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응시생 자체가 없어 손을 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농촌 의료공백 현실화가 뻔하지만 행정이 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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