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영천 정가가 심상치 않다. 지역을 확고한 텃밭으로 여겨온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천 잡음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때를 기다리듯 숨을 고르며 적진 공략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불씨는 국민의힘 영천시장 예비후보 경쟁에서 먼저 당겼다. 김병삼 전 영천시 부시장 측과 김섭 변호사 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합의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지난 주중에 나온 양측의 입장문을 종합하면 김 전 부시장 측은 “영천시당협 관계자와 시장 후보군 4명이 참여한 논의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선출을 합의했음에도 김 변호사 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식 경선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상대방의 반론에 대해서는 “합의의 본질을 흐리는 말 바꾸기이자 책임 회피”라고 쐐기를 박았다.반격은 곧 날아왔다. 김 변호사 측은 “비공식 협의를 공식 경선으로 둔갑시킨 것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오히려 “김 전 부시장이 출판기념회 개최와 홍보 행위로 먼저 합의를 위반했고 두 차례 사과까지 했다”고 맞불을 놓았다.진흙탕 공방은 한 예비후보 측이 상대의 음주운전 전력을 문제 삼아 피켓 시위에 나서고 지역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 대결 이전에 흠집 내기부터 앞선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불협화음은 시장 후보군에만 그치지 않는다.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지역구가 갑작스럽게 바뀌거나 공천 신청 후 돌연 철회하거나 도당 접수 내역과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 정보가 엇갈리고, 예비후보들 간 지역구가 갑작스럽게 뒤바뀌는 상황이 생기면서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안기는 ‘시스템 부재’를 드러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당이 사전에 책임 있는 관리를 했어야 했다”는 당혹감과 함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이에 대해 당협 측은 “현재 경북도당 공관위에 광역의원 제2선거구 경선 등 의견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며,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해명했다.또한 기초의원 지역구 혼선에 대해서는 “4월 20일경 1차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당 차원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 모든 혼선이 정리될 것”이라며 일시적인 과정상의 잡음임을 강조했다.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은 두 영천시장 후보 간 균열이 격화되는데도 영천시당협과 이만희 국회의원이 방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지역 한 당원은 “두 사람으로 좁혀진 이후의 후보 간 갈등은 이미 결정된 상대 진영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경선을 치르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대응이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지자도 “당 차원에서 명확한 검증과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비판의 화살이 영천시당협과 이만희 국회의원을 향하자, 당협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영천당협 관계자는 지난 29일 양측 후보를 불러 “더 이상의 감정적 대응과 상호 비방은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당 전체의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라고 경고하며 ‘비방 자제’를 이끌어냈다.이와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차분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초의원 공천 결과를 발표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경선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공천 신청 전 지역구 배분을 놓고 일부 마찰이 있었지만 내부 조율을 거쳐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고, 조용히 적진 공략의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국민의힘이 스스로 진흙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이, 민주당과 무소속 측은 어부지리를 기다리는 형국이다.선거는 아직 두 달 넘게 남았다. 그러나 내홍이 유권자에게 노출되는 속도는 언제나 정치권의 예상을 앞선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천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후보자 간 상호 비방을 자제하지 않으면 선거 전부터 민심을 잃게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영천을 텃밭으로 여겨온 국민의힘이 정작 그 텃밭을 스스로 갈아엎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분란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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