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이 도시는 두 가지 색으로 나뉩니다. 현수막의 색깔이 아닙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말을 삼키는 사람. 목청을 높이는 쪽과 입을 꽉 다무는 쪽. 그 경계선이 해마다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한 지인이 지난 지방선거 직후 조용히 물었습니다. “혹시 내 이름이 어딘가 적혀 있는 건 아니겠지?” 농담 반, 진담 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섬뜩했기 때문입니다.선거는 원래 무엇이었을까요. 고대 아테네의 민회를 떠올려 봅니다.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왔고 논쟁했고, 설득했고, 표결했습니다. 승패가 갈렸어도 그들은 같은 폴리스의 시민으로 다음 날 아침을 맞았습니다. 선거는 공동체가 스스로를 조율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경쟁이되, 분열이 아닌, 합의를 향한 경쟁이었습니다.그런데 지금 우리의 선거는 어떠한가요. 후보들은 서로를 적처럼 호명하고, 지지자들은 반대편을 악으로 규정합니다. 언론은 그 갈등을 받아 증폭시키고,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끼리만 묶어 더 뜨겁게 달굽니다. 선거가 끝나도 전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선명해진 채 일상 속으로 스며듭니다. 직장 동료와, 이웃과,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그 침묵의 비용은 도대체 얼마인가요.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은 지원금을 걱정하며 입을 닫습니다. 자영업자는 허가 갱신이 두려워 현수막을 피합니다. 공무원은 인사 발령을 의식해 SNS를 지우고 체육인은 다음 대회 기회를 떠올리며 말을 삼킵니다. 이것은 개인의 소심함이 아닙니다.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눈치는 법보다 훨씬 조용하게, 훨씬 넓게, 훨씬 깊숙이 파고듭니다.원래 선거는 축제라 불렀습니다. 선거를 다시 축제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순진한 질문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축제의 본질은 흥청거림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나의 이웃임을, 나의 동료임을,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와 이 나라를 걱정하는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것이지요.그 확인이 가능하려면, 한 표를 던진 뒤에 불안이 아닌 해방감이 남아야 합니다. 한 표를 던진 대가로 불안을 지불해야 한다면, 거기는 이미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잃은 사회입니다. “나는 오늘 내 몫을 다했다”는 가벼운 자부심이 남아야 합니다. 그것이 또한 사상의 자유 영역입니다.정치인들이 지지자를 결집하는 방식이 반대편을 악마화하는 것이라면, 선거가 끝난 뒤 그들이 다스릴 공동체는 무엇으로 봉합할까요. 분열로 집권하고 화합으로 통치한다는 말은, 가장 오래된 정치적 거짓말 중 하나가 분명합니다.유권자들에게도 묻습니다. 상대 진영의 지지자를 마지막으로 사람으로 바라본 것이 언제인가요. 그 사람도 아이를 키우고, 노부모를 걱정하고, 물가를 계산하며 장을 봅니다. 그 사람이 다른 기호에 도장을 찍는다고 해서 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도로를 밟고,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있습니다.주체는 우리입니다. 선거판의 문법을 만드는 것도, 그 문법을 거부하는 것도, 결국 시민의 몫입니다. 편가르기의 피로감을 견디며 입을 닫는 것도 선택이고, 그 피로감에 맞서 광장으로 나오는 것도 선택입니다.저는 후자를 권합니다. 단지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광장에 사람이 많을수록, 낙인이 설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칼날 같은 시선도, 서랍 속 명단도, 수많은 얼굴들도  합쳐진 힘 앞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참여는 숫자의 힘이기 이전에, 가시성의 힘입니다.선거 날이 두렵지 않은 나라. 투표소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도시.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일상의 조건입니다. 한 표가 낙인이 되지 않는 곳에서, 비로소 민주주의는 살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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