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24)공격목표를 호위대장 태열에게 향했던 범의 발톱이 순간 오그라들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루살이처럼 뛰어드는 이 용맹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신의 위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숱한 생명체와는 달리, 의외의 복병을 만난 듯 범이 한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을백성들은 손에 쥐고 있는 연장을 마구 휘둘러 범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곡괭이와 쇠스랑과 호미와 부지깽이를 무서운 속도로 찍어 누르고, 소궁이 내리친 도끼는 치명상을 입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미 군데군데 박힌 죽창도 한 몫을 하는데 소홀함이 없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범의 꼬리에 나가떨어졌던 태열은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때 떠꺼머리총각으로 보이는 청년이 나서서, 소궁의 도끼를 빼앗아 기어코 범의 대가리와 몸통을 분리시켜 놓았다. 피는 사방팔방에서 튀어 오르고 범이 가진 특유의 노린내가 한번쯤은 진저리를 치게 했다. 모두들 총각의 강단에 탄복하며 손뼉을 쳐주었다. 태열은 필시 쓰임새가 있을 장정으로 클 재목인 듯 생각하고 이름을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어릴 적에는 본 것도 같고.”“저는 대태부락 사는 귀소라 하옵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칭하는 범 사냥을 한다기에 식전 댓바람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우월을 과장한 면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고 그 신령스러움을 사단(事端) 내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그렇다. 피골상접(皮骨相接)한 범의 저 꼴을 봐라. 어디 호피의 가치가 있겠는가. 다만 너의 기개만큼은 훗날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참여한 마을백성들은 들어라. 곳곳에 범의 피가 묻고 각별한 노린내가 진동하니 한동안은 처신을 조심해야한다. 범의 먹이가 되는 짐승들은 얼씬도 거리지 않을 것이지만, 같은 범들은 원수를 갚으려고 득달 없이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날렵한 범을 응징하여 지네잡이 우태의 한을 풀었노라고, 마지막 쇄기를 박은 귀소의 소원은 무엇인가?”산 아래 곰내재를 굽어보던 귀소의 눈에 비탈진 층계를 치고받는 붉은 소금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염전 한 뙈기도 욕심이 났지만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곰내재를 쥐락펴락하는 수컷 야생마들의 팔뚝만한 성기도 놓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저 성기를 소원할 수 없지 않는가. 소박하게도 자신의 작은 성기를 달랠 처자의 몸뚱이가 절실했다. 허황된 꿈을 꾸는 이런 사람을 서방으로 받들 처자가 어디 있겠느냐. 그렇다면 상처한 소궁을 얻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지 싶었다. “호위대장 나리,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소궁과 부부의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태열은 놀랐지만 소궁도 놀랐고, 더 놀란 이는 촌장 무송이었다. 알게 모르게 정분은 오고 가지 않았지만 무송과 소궁은 정을 맺기 직전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는 처지였다. 그러나 소원을 들어주는 명목(名目) 하에 던진 태열은,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는 성격이 아니기에 짐짓 무송과 소옥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아직 소옥은 어느 누구의 아녀자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라는 뜻이다. 소옥은 앞으로 나서라. 무송과 귀소 중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한 번 몸을 섞으면 화냥질은 금물이다. 지금 선택해서 과부가 된 업보를 끊어내라. 이것은 어느 남정네가 선택할 항목이 아닌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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