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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다리 꼬고 앉은 여인 골탕 먹이기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 입력 : 2016년 02월 04일(목)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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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석인호
전 중앙일보기자
수필가 | | ⓒ 경북동부신문 |
정말 화가 치민다. 마음 같아서는 발로 걷어 차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그럴 순 없다. 점잖게 말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영 내키지가 않는다. 하릴 없이 한껏 사나운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상대는 아랑곳 않고 있다. ‘에이 에티켓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구먼.’ 하고 치부하지만 그래도 속이 뒤틀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걸 혼내 줄 방법이 없을까 골똘히 생각해본다. 그 때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속으로 ‘옳거니!’ 하고 외치며 단박 행동으로 돌입한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생긴 일이다. 점심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다. 전동차안은 크게 붐비진 않았지만 빈 좌석은 없었다.
이럴 경우 나는 들어간 출입문 반대쪽에 있는 출입문 앞에 가서 서곤 했다. 그러나 이 날은 내가 좋아하는 위치에는 모두 사람들이 서있었다. 할 수 없이 사람들이 앉은 좌석 앞 통로에 들어가 손잡이를 잡고 섰다. 그런데 앞에 앉은 젊은 여인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미동도 않는다.
그나마 별로 예쁘지도 않은 굵은 다리를 말이다. 이런 고약한 여인을 봤나? 다리 꼬고 앉았다가도 사람이 앞에 오면 대게는 다리를 내리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몇 사람이 그런 자세로 앉아 스마트 폰을 보거나 신문을 읽고 있다. 정말 어쩌다 공중 에티켓 수준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심스런 생각이 든다. 여인의 내 민 발에 닿지 않으려면 내가 약간 뒤로 물러서야한다. 그러면 뒤쪽에 등을 맞대고 선 사람과의 사이가 좁아져 통로를 오가는 사람이 큰 불편을 겪게 마련이다. 이걸 그냥 쳐다보고 가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오가는 통행인 때문에 몇 차례나 그 내민 다리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곡예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그 묘안이 나를 미소 짓게 했던 것이다. ‘그렇지, 그 방법이 좋겠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기회를 살폈다.
마침 한 사람이 내 뒤를 비집고 지나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다리 꼬고 앉은 여인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그냥 다가선 게 아니고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 짐짓 딴 곳만 쳐다보거나 주머니 속에 든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는 척 했다.
그 여자는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내가 들어 선 위치는 바로 그 여자의 오른쪽 다리와 닿을락 말락할 만큼 붙어있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그 여자는 이제 내가 비켜서지 않는다면 꼬고 앉은 다리를 내릴 수가 없게 됐다. 게다가 열차가 멈칫거릴 때마다 나는 못이기는 척 하며 그 다리에 슬쩍슬쩍 닿게 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계속해서 갔다. 곁눈질로 그 여자의 움직임과 표정을 살피면서.
드디어 여자에게서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도 모른 척 하며 딴전만 피웠다. 내심 ‘그 참 고소하네. 그것 봐. 왜 그렇게 앉았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여자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한참 후 열차가 다음 역에서 정거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때 슬쩍 그 여자의 다리에 부딪친 후 “아, 미안합니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내 딴에는 이 정도면 그 여자가 발을 내려 똑 바로 앉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물러서자마자 여자는 잽싸게 다리를 바꾸어 꼬고 앉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정말 대책이 없는 여자다. 결국 골탕을 먹은 건 그 여자가 아니었다.
일부러 바짝 가까이 서느라 상당히 불편한 자세로 서서왔던 내가 오히려 골탕을 먹은 셈이었다. 에구, 누구를 탓하겠는가? 에티켓 실종사회에 혼자 맞서 보려한 나의 우둔함을 탓하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나는 내렸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꼬고 앉은 무 다리에 영광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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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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