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瑞午칼럼) 프랑스, 프랑스 사람들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 입력 : 2016년 03월 17일(목)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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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서오 최 홍 준
본지 논설고문
방송작가, 중앙초등 7회 졸업
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 협의회장 | | ⓒ 경북동부신문 |
최근 답사할 일이 있어 열흘 동안 프랑스를 다녀왔다. 34년여 만에 찾은 프랑스는 여전했다. 그러나 가고 오며 들린 파리는 흑인들이 엄청 많아 새로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설명에 따르면 파리 인구의 75% 가량이 외국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놀랄 일이다. 과거에도 리도 쇼를 보고 나온 길에 들린 주점에서 시중드는 아가씨가 튀니지에서 왔다고 하는 등 검은 피부를 가진 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토록 지천으로 도시를 채우지는 않았었다.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로 모여들고 있잖아요? 그쪽이 경제가 좋아서 일자리 구하려고 가는 경향이 있지만, 프랑스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랍니다.”
끝 간 데 없이 들녘이 펼쳐지는 농촌은 외국 사람들이 살기가 적합하지 않아서, 즉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외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도시로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긴 프랑스에 대한 인상이 아씨밀라숑(assimilation)이라고 해서 ‘이민족의 동화(同化), 또는 동화정책을 펼치는 정부요, 국가라는 데에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검은 피부뿐이 아니었다. 황색인종인 우리나라 입양인도 둘씩이나 장관 자리를 맡지 않았는가 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월 11일 부분 개각을 단행하면서 전날 사퇴한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 자리에 장마르크 에로(66) 전 총리를 신임 외무장관으로 임명하고, 2014년 마뉘엘 발스(54) 총리 기용에 반발해 갈라섰던 녹색당(EELV)과 다시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녹색당 상원 원내대표로 한국계인 장뱅상 플라세(48·한국명 권오복) 상원의원이 국가개혁(Reforme de l’Etat) 장관으로 기용됐다. 문화장관을 지내다 이날 물러난 플뢰르 펠르랭(43·김종숙)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장관이다.
플라세 장관은 1968년 서울 태생이지만 태어나 곧 버려져 수원의 보육원에서 자랐다. 일곱 살 때 노르망디에 사는 프랑스 변호사·교사 가정으로 입양됐는데 옷 몇 벌과 성경책이 든 가방만 든 채였다. 그는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잊지 않도록 “한국어를 배우라”거나 “88 서울올림픽에 다녀오라”는 자상한 양부모의 권고를 한사코 거부했다. “혹시나 한국에 다시 돌려보내지나 않을까”라는 두려움과 따뜻한 프랑스 가정에 적응하겠다는 간절함이 뒤섞여 있었던 것 같다고 한국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자신을 버린 나라에 대한 거부감과 자신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그는 이역의 하늘아래에서 성장하고 입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두려움이 있을 리 없다. “나같이 외국에서 와서 프랑스인이 된 이들도 프랑스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꿈을 꾸도록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입각의 변을 명쾌하게 밝힌 그는 자신을 버린 모국인 한국을 한동안 외면했지만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딸이 태어난 후에는 마음을 활짝 열고 한국과 화해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렸을 때 머물렀던 고아원을 직접 찾아가 둘러본 것도 그의 한국에 대한 열린 마음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그는 장관이 된 이후 첫 외식도 한국 식당에서 했을 정도로 한식을 즐긴다고 했다. 2014년에는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의 제의를 받고 파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딸에게 한복을 입혀 돌 사진을 찍어준 그는 만 두 살인 딸이 조금 더 크면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아버지 나라인 한국을 알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도 했다.
이처럼 외국인을 잘 받아들여서 자기네 국민으로 만들어낸 프랑스는 대체 어떤 나리인가.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는 ‘박애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보게 된다.
서양에서 박애정신은 일찍부터 그리스도교와 결부된 개념이었다. 계몽주의 이래 특히 프리메이슨에 의해 세속화되고, 마침내 프랑스 혁명에서 혁명의 근본 원리로서 자유, 평등과 함께 표면적으로 등장했다. 그 후 독일 연방이나 신성 동맹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으며, 노동 운동에서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하는 말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사전은 말하고 있다.
1787~99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대혁명은 다른 부정적인 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들이 봉건체제를 폐지하고 국민의회를 구성해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공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국민의회는 공화정을 선포했고 프랑스 혁명의 전파를 우려한 주변 국가들은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으며, 이에 프랑스는 시민군을 결성해 주변국과 전쟁을 수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펼쳐갔다. 비록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혁명은 일단락되었지만 프랑스 혁명은 봉건체제의 유럽 사회에 자유와 평등사상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편견과 편애, 나와 내 가족만 아는 인습에서 벗어나 이웃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감싸 안을 줄 아는 시민정신. 이것이 오늘 이 나라 프랑스와 프랑스 사람들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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