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나눔이 칼럼) 봄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 입력 : 2016년 04월 13일(수) 10:57
|
|
 |  | | | ↑↑ 정 재 진
한학자 | | ⓒ 경북동부신문 |
겨울의 끝에는 봄이 있으며 봄은 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른 봄. 아직은 쌀쌀한 그 시간에는 노란 생강 꽃이 피어나 봄을 알린다.
우리의 산야 어디에든 자라나는 생강나무에는 생강냄새가 나는데, 노란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히니 이름하여 동박이다.
정선아라리에 나오는 아주까리 동박이 바로 이것인데, 여기서 추출한 기름을 동박 기름이라 하여 아낙네들의 머리 기름으로 발랐다.
뒤이어 노란 수유가 꽃을 피우고, 다시 매화가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대지에 흐트린다.
그러면서 얼룩덜룩한 3월이 가고 4월이 되면 연분홍의 참꽃이 피어나 골골마다 꽃동네를 만들고, 다시 벚꽃이 만개하여 꽃구름을 만들 때면 그제서야 긴긴 봄은 무르익는다.
예전 내가 살던 영천 문외동의 그 집에는 라일락이 있었다.
그것도 높이 수 미터에 달하는 장대한 라일락이 네 줄기나 화단에서 저절로 자라났다.
이맘때가 되면 흰색이 아닌 연자주색의 라일락은 4월의 초순이 되면 일제히 피어난다.
유난히 짙고 향기로운 라일락의 향기는 무엇보다 특별하다.
그 꽃이 한 가득 피어날 때면 초라한 문외동의 옛집에도 봄은 찾아온다.
약간은 우묵한 골짜기 중간에 자리한 그 집은 평소에도 약간은 어두워서 음습한 기운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초라하고 음습한 집에 봄이 오고 라일락이 피어나면 그제서야 사람이 사는 듯 한 풍광을 연출한다.
나는 그때 라일락을 일컬어 천리향이라 하였으니, 즉 아름다운 향기가 천리나 간다는 의미인데, 나는 우리 집에 피어나는 라일락 꽃을 천리향이라 부르며 애찬 하였다.
그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아름답고 달디 단 향기가 온 집을 가득 채우는 날이 되면 나는 지인들을 불러 자그마한 꽃 잔치를 벌렸다.
그 큰 라일락 나무아래에다 평상을 펴고 아내가 마련한 조촐하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을 장만하여 지인들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더욱이 작고하신 아버지께서도 이 꽃을 좋아하셨는데, 어느날에는 그 꽃 몇 송이를 꺾어서 며느리에게 주시기도 하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 아름다운 라일락이 절정을 이룰 때면 꼭 비가 왔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하룻저녁의 심술궂은 비와 동반한 미친바람에 그 긴긴 밤이 새고나면 꽃나무 아래에는 꽃의 시체들이 즐비하였다.
아! 단 며칠의 화려한 꽃 피움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참고 기다려 왔던가?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네 인생에 있어 과연 꽃 피고 향기로운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들은 그 며칠 안 되는 꽃 피고 향기로운 날만을 골라서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이는 자연이 자기보호 본능이 있듯 우리들도 우리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나쁘고 슬픈 것 보다는 좋은 것을 기억하는 자신의 방어기전을 지녔음은 이 또한 신의 안배인가?
벚꽃이 만개한 천년의 옛 도시. 그렇게 바라던 화려한 꽃놀이는 아마 올해도 그냥 지나치지 싶다.
꽃은 열흘을 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열흘을 위하여 인생을 살아간다.
|
|
|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 Copyrights ⓒ경북동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동정]-야구대회 참가선수들 격려
[동정]-수능 마친 학생들 격려
(결 혼)
[동정]-수능 마친 학생들 격려
[데스크칼럼] 경북동부신문 창간 21주년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