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경 서울시내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수능 만점을 받은 의대생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만 놓고보면 사람이 지닌 지식과 성품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환경과 사회적 요인에 의해 형성될까요, 아니면 천성적이고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걸까요. 이런 문제를 다각도로 탐구했던 리처드 호프스탠드는 유전적 요인이 인간의 행동과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인 요인이 태어나 자라는 환경과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개인의 선택과 경험이 인간 본성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본성적으로 선할까요, 아니면 악할까요. 참 묘한게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동시에 협력적이기도 합니다. 또 공격성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공감과 연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존재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고민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흔히 상식 이하의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기본이 안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남이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타인에게 대놓고 그런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지만 제3자 앞에서 타인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지요. 흔히 이런 경우를 요즘 젊은 친구들 말로 뒷담화를 깐다고 하지만 덕담보다는 비난의 언어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조직에서는 직장 상사가 주로 도마위에 오를 때가 흔합니다. 뒷담화는 살면서 버려야 할 악습중에 하나지만 이것은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성품의 문제이고, 기본이 되는 요인중 하나여서 인간 세상에서 안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성품이란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주어지는 것이 맞나 봅니다. 그러나 성장한 이후의 내적 성품은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절대 빗겨갈 수 없습니다. 그 환경적 요인 중에서도 성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것은 역시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받은 유전적 기질이고, 또한 가정환경에서 성장과정의 심리적 요인이 클 것입니다. 즉 가정환경은 사람의 품성을 형성하는 보루입니다. 그 다음으로 학창시절의 학교 선생님이나 교우들, 그리고 사회생활 하면서 맺어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성품은 형성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입에 올리는 여러 유형의 MBTI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사람의 성품을 말한 것 중에 마음에 와닿는 몇가지만 읊어 보겠습니다. 먼저 ‘제 버룻 개 못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몸에 익힌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툭하면 욕을 내뱉는 사람, 술만 먹으면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인간 고쳐쓰지 못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본성난이(本性难移).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링컨은 “사람의 성품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이 주어졌을때 가장 잘 드러난다”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유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성품이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권력을 쥐게 되면, 성품이 좋은 사람, 즉 된 사람은 그 권력을 약자를 보호하는데 쓰는 반면, 성품이 좋지않은 못된 사람은 남들을 마구 대하고 제 잇속 챙기며, 자기 지위 누리는데 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쥐어주면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타고난 성품, 즉 인성을 천성이라 부릅니다. 사람은 무엇보다 천성이 좋고 인성을 갖춰야 합니다. 나라도 그렇지만 어떤 단체나 조직의 지도자가 된 사람은 일단 성품이 진실하고 맑아야 합니다. 제 버릇을 개에게도 주지못할 정도라면 ‘사람이 사뭇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