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에서 머물던 딸과 외손녀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천으로 내려왔다.외손녀 둘 중 작은 아이는 전부터 된장찌개를 먹었지만 나머지 큰손녀까지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기에 저녁에 된장찌개를 끓여 보았다. 음식점식으로 일인용 뚝배기를 몇 개 사서 각자 식사 자리 앞에 놓아 주었다. 큰 뚝배기에 넣고 서로들 숟가락을 집어넣어 찌개를 먹는 것까지는 바라지 못해서였다. 성공이었다.우리 먹는 것보다는 좀더 싱겹고 단맛이 나게 끓인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자기 전에 아이들은 벌써 소화가 다된 듯 먹고 싶은 음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치킨도 꼭 그 회사 치킨이어야 한단다. 그리고 종류도 꼭 그것이어야 하고.중 1짜리 작은 손녀는 한국에 온 이래로 키가 훨씬 큰 것같다. 어느 날엔 라면 두 개에 달걀 4개를 한끼번에 냄비에 넣고 끓여준 적도 있다. 그런 아이가 치킨을 꼭 먹어야 한다니……  시골엔 음식 주문이 쉽지 않다. 영천 시내에 그 치킨 가게가 있기는 하지만.내일모레 미국으로 돌아가는 외손녀를 위해 배달료를 엄청 지불하고 치킨을 주문했다. 시골에서는 이런 점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이 또 시골에 사는 특색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너무 편리하면 그곳은 분명 시골이 아니므로.다음 날 식구들 모두 서울에 가려고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멀리까지도 와 주는 카카오 택시가 고맙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리 부부와 딸과 두 외손녀, 이렇게 되고 보니 두 대의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그 와중에 착오가 생겼다.두 번째 택시를 호출했는데 앞의 택시와는 달리 전화 확인이 없다. 그래서 호출이 되지 않은 줄 알고 다시 택시를 호출했다. 그래서 세 대의 택시가 도착한 것이다. 나는 확인 전화를 걸어 답이 없었던 두 번째 택시 기사가 마지막에 도착해서 길을 막았다는 것이다.“호출되셨으면 간다고 연락을 하셨어야죠.”내가 주장하자 그 분은 똑같은 말만 몇 번 되풀이했다.“내가 무엇 땜에 이 먼 곳까지 왔겠습니까?”가끔씩 양자 간의 소통이 어긋나 황당할 때가 많다. 상대방이 질문을 할 경우 자신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은 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전날 막내 손녀가 친구의 카톡에 “영천 작은 영화관에서 무슨 영화를 하는데 만날 수 있니?” 했는데 그 친구는 카톡으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영화관에 갔다는 것이다.“나는 거기 가서 너를 찾았는데 너 왜 안 왔니?”라는 대답이 나중에 영화가 끝났을 때 와서 손녀는 너무나도 놀랐다고 했다. 질문에 대답을 해준 다음 행동하면 많은 것이 좀더 확실해질텐데 말이다.비슷한 일은 서울에 도착해서 택시를 탔을 때도 또 일어났다. 승객이 “어느 어느 방향으로 가 주세요”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면 좋겠는데 아무 말도 없이 출발하는 경우도, 이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일까?아주 드물게 “저의 차를 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말하는 기사를 만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 분을 만나면 나는 대답을 한 후, “제가 더 감사 하네요” 말하곤 한다.시골에 살아도 아주 고마운 것이 바로 카카오 택시이고 카카오 버스이다. 금방 호출해서도 와주는 기사들이 있어 고맙고, 원하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수 있는 것이 카카오 버스 앱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빈 차로 돌아가야 할 택시 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지 않나요?그 분은 택시비 대신 수고비를 받은 후에 서둘러 차를 빼는 과정에서 우리 사철나무 두 그루에 피해를 입혔고 차도 약간의 흠집이 났지만 손해배상은 서로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분이 우리보다 더 큰 손해는 보지 않았기를 바라요. 시골에 사는 것은 재밌어요. 오해를 이해하기도 하면서 말이죠.(2018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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