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가 지난 24일 최정애 영천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국·소장과 전 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7년 국비 확보를 위한 전략회의를 열고 총 90개 사업, 1,364억 원 규모의 예산 확보 목표를 선언했다. 어린이체육센터 건립부터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마늘 AI 스마트빌리지까지 신규·계속사업 27개와 63개를 망라한 이번 계획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재정 자립도 저하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지방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지방재정의 현실은 가혹하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중소 도시일수록 자체 세원만으로는 도시 기반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도로 하나를 놓고, 상수관망 하나를 교체하는 데도 국비라는 외부 수혈 없이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가 강화되고, 전국 수백 개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국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오늘의 현실에서, 국비 확보는 곧 우리 지역의 미래를 건 싸움이나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영천시의 전략회의가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장 권한대행 주재 아래 전 부서장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 정책 방향과 지역 현안사업을 연계하고, 부서별 예산 편성 일정에 맞춘 대응 전략을 공유한 것은 조직 전체가 국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행정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서는 치열한 공모 경쟁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그러나 결의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비 확보의 성패는 철저한 준비의 깊이에서 갈린다. 중앙부처의 담당자들은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다. 그 속에서 영천의 사업이 선택받으려면 단순한 지역 필요성을 넘어 국가 정책 기조와의 정합성, 사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그리고 투자 대비 효과를 명확히 입증해야 따낼 수 있는 일이다. AI 기반 스마트농업이나 수직농장 테스트베드처럼 미래 지향적 사업일수록 논리의 완결성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탁상 위의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데이터와 지역 특수성을 녹여낸 치밀한 사업계획서만이 심사자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다. 또한 중앙부처 방문을 단순한 예방 활동으로 그쳐서도 안 된다. 정책 담당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업의 당위성을 각인시키고, 경북도와의 공조를 통해 광역 차원의 지지를 끌어내는 정교한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인적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의 관계가 내년의 예산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협업 행정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1,364억 원. 이 숫자는 단순한 예산 목표가 아니다. 영천 시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의 기반을 닦고, 노령화 사회에 대응할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일 혈세이자 미래 투자다. 국비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영천시의 모든 행정력이 이 싸움에 집중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