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의 시계가 다시 맞춰지고 있다. 민선 9기 영천시장으로 선출된 김병삼 당선인이 별도의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곧바로 시정 현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5일부터 정책기획실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사흘간 시청 각 실·국·소와 직속기관을 직접 순회하며 주요 현안사업과 공약 추진 현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 으레 등장하는 화려한 정치적 이벤트와 형식적 절차를 최소화하고, “보여주기식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당선인의 차분한 행보는 공직사회의 안정과 행정 연속성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그러나 ‘인수위 없는 출발’이 주는 신선함 이면에는 새롭게 출발하는 시정 책임자의 엄중한 책임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영천이 직면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산업 육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청년 정착 정책과 보육 환경 조성까지,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 산적해 있다. 이번 업무보고 첫날 도마 위에 오른 역세권 개발, 영천경마공원 조성사업, 국·도비 확보 현황 등이 바로 그 방정식의 핵심 변수들이다. 당선인이 직접 이 굵직한 현안들의 실행 파일을 열어 점검에 나선 것은 그 무게를 직감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더욱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활력 증진,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민선 9기 3대 핵심 과제의 조기 실행력 확보다. 당선인이 강조한 ‘시민 체감형 정책 성과’는 구호로는 완성될 수 없다. 인사·조직·예산이라는 시정의 3대 축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전임 시정의 현안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않으며, 지지부진했던 사업들을 과감하게 재조정하는 결단력이 취임 첫날부터 발휘되어야 한다. ‘조용한 준비’의 진정성은 결국 그 결단의 속도와 깊이로 증명된다.행정전문가라는 타이틀의 강점은 김 당선인에게 분명 크나큰 자산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단순한 최고경영자(CEO)의 범주를 뛰어넘어 이제는 정치의 영역을 함께 겸비해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통합을 이루려면 반대편도 아우르는 포용과 결속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시의회 및 지역 사회와 협치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연대와 결속의 리더십을 겸비한 고도의 정치 감각을 탑재해야 한다. 독야청청하는 행정은 자칫 고립된 관료주의로 흐를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까지 아우르는 포용의 리더십이 ‘김병삼호’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김병삼 당선인의 말대로 변화는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인수위가 없다고 해서 영천시민들이 기대하는 민선 9기의 개혁 강도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첫날부터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선인의 어깨는 더 무겁다. 김병삼호가 행정의 전문성이라는 날카로운 칼날 위에, 지역 사회를 하나로 묶어내는 세련된 정치적 연대감을 더해 위기의 영천을 미래 발전의 궤도에 올려놓기를 기대한다. 차분함 속에 감춰진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줄 때 지역 발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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