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25)소궁은 천천히 두 남정네를 쳐다봤다. 남편인 지네잡이 우태의 죽음이 바로 사흘 전이었지만, 지아비가 사별한 즉시도 다른 남정네를 선택할 나랏법이 엄연히 두마국(國)에서는 존재했다. 그만큼 마을백성의 수효를 증가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으로 서로들 별 잡음이 없었다. 그렇게 나랏법이 존재했고, 수효증가에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고 다들 믿었다. 촌장 무송과 대태부락 귀소 중 선택에 있어서 약간의 망설임은 필요했다. 얼굴을 튼 편한 무송은 우태와 막역한 사이였다. 왠지 남편에게 죄짓는 느낌이 첫날밤부터 점점 크게 몰려올 것 같았다. 귀소를 쳐다보며 풋 냄새가 느껴졌다. 골격이 채 갖춰지지 않아 아직 여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도끼를 뺏어 범의 대가리를 분리시키는 용맹함이 생각났다. 어쨌든 남편이 모르는 남정네의 품속이 죄책감을 덜 가져온다는 생각에, 손가락으로 귀소를 선택하고 말았다. 촌장 무송이 소나무 둥치에 자신의 머리를 몇 번 찧었다. 패배를 승복한다는 뜻도 있지만, 소궁에게 마음을 내준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한탄이 더 컸다. 손등으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을 내려갔다. 몇 번 발을 헛디뎌 기우뚱 했지만 용케도 중심을 잡고 저만치 앞서 가버렸다. 범 몰이에 뛰어든 마을 백성들은 난도질한 범 고기를 저마다 나누어 한 움큼씩 들고 하산을 했다. 양기에 그렇게 좋다는 입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정네들은 벙긋벙긋 신바람을 앞세우고 있었다. 대열의 맨 끝에 귀소와 소궁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를 유지하며 두마폭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목욕단장으로 성스러운 합궁을 소원하고 있었다. 보현산을 타고 쏟아지는 저 간절한 물줄기는 정통으로 자호천의 물살의 기세(氣勢)를 넘치게 하고 있었다. 강이 넓어지는 곳에 다다르면 낙동강의 비늘이 되어 넘실거리는 몸집이 들어찬, 심장으로 펄떡 거릴 것이다. 지금은 유순한 발원지에 물살이 알차게 차오르고 있었다. 소궁은 귀소에게 멀찍이 남아 있어라 이르고 옷을 벗었다.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알몸을 보여준다는 것은 화냥기를 내세우는 꼴이라 생각했다. 얼마나 탱글탱글한 스물을 갓 넘긴 몸뚱어리인가. 자신이 만져 봐도 화들짝 놀랄 육체였다. 그러면서 물 한번을 끼얹고, 머리에서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차근차근한 물줄기에 몸이 달아올랐다. 귀소는 멀찍한 곳에 자리를 잡고 소궁의 당부를 잊지 않았지만, 멀리서도 폭포수아래 발가벗은 여자의 살 냄새가 느껴졌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요동쳤다. 지금이라도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소궁의 뜻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 나뭇등걸에 몸을 문질렀다. 일순간 뜨겁고 아득한 기운이 전신으로 타고 올랐다. 한 번도 여자의 분 냄새를 맡지 못한 숙맥이었지만, 기회가 되면 범람하는 강줄기의 세력을 당연히 닮았다고 자평해오던 터였다. 귀소는 지금 그 기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 물 한번을 끼얹고 소궁은 엄밀한 곳까지 세세하게 씻었다. 전남편 우태의 흔적과 체취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이 새로 맞이할 남편에 대한 도리라 생각되어졌다. 어느 정도 합궁에 타당한 몸이 갖춰졌을 때 햇살에 바짝 마른 옷을 정성껏 입었다. 마른 장작 껍질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로 한 겹, 한 겹으로 감쌌다. 그리고 나뭇등걸 뒤에 있는 귀소를 불렀다. 물 밖으로 나온 잉어처럼 펄떡 거리며 달려왔다. 여전히 숨이 차서 씩씩거리는 귀소에게 옷을 벗고 폭포로 뛰어들라 주문했다. 잠시 망설이던 귀소는 근육으로 무장한 알몸을 소궁에게 활짝 열어 보이며, 폭포수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곧 자맥질하며 떠올라 귀소는 남자의 단단함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소궁은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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