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꺼내보는 책 1백 권 정도는 방에 두고 차고 본다. 이 책들은 내가 거처를 이동할 때도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도 금방 찾은 책을 다시 찾느라고 애쓸 때가 많다. 자다 깬 밤 11시 이후 새벽까지 머리가 맑아지는 시간이면 생각을 정일하게 가지고 독서를 한다. 최근에는 경북대 의대 정태호 박사가 최동의 <조선 상고 민족사>를 보내주어서 냅다 읽었다. 아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며 내 방에 신문을 넣어줄 때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걸 보고 걱정하며 간다. 한번 궁금증이 나면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 <수진전(秀眞傳)>의 일본 고대 문자와 가림토, 기자조선 그런 항목들을 그렇게 공부했다.책은 요점만 추려서 기억하는 게 필요하다. 책 앞뒷장 여백에 어느 내용이 어느 페이지와 관련되는지 연필로 기록해놓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어려운 내용도 쉽게 요점을 추리는 것이 내 특별한 재능이다. 아무리 복잡한 책이라도 작정을 하고 일단 손대기 시작하면 힘이 생겨 풀려나가기 마련이다. 지금도 연필 수십 자루와 풀, 종이, 지우개, 가위, 송곳 같은 온갖 문방구가 손 닿는 데 있어야 안심한다.종이를 아껴 쓰는 일에 김성수(仁村, 동아일보 창립자)는 나와 똑같은 습관 하나가 있었다. 전통적으로 부자들은 하나같이 종이를 아낀다. 김성수는 담뱃갑의 안 종이를 펴서 썼다. 청주대학 설립자 김원근, 김영근 형제도 담뱃갑 하나 버리는 일 없이 거기다 아주 중요한 계산 같은 것을 했다. 평생 쓰고도 남을 좋은 백지가 서재에 있지만 나도 버릇이 굳어져 광고지, 달력, 포장지 등을 풀로 붙여 오늘날에도 애용한다.”<인간 단군을 찾아서> 186~187쪽이 글귀 앞 185쪽에는 최태영 선생이 말년에 자택 서재에서 책을 보는 사진이 실려 있다. 한복을 입고 돋보기안경을 쓴 모습이다. 머리는 벗겨져 그 민머리 위에 검정 마른버짐이 잔뜩이다. 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켠이 파하게 아려온다.누구는 이렇게 야무진 삶을 살다가고 또 누구는 얼빠진 삶을 살다간다.누구는 당대와 후대를 숙고하며 살다가고 또 누구는 사리사욕만 챙기며 살다간다.누구는 우리 것이 귀함을 귀히 여기고 살다가고 또 누구는 남의 것에 환장해 살다간다.누구는 우리 조상 그 뿌리를 궁고하며 살다가고 또 누구는 허튼 조물주만 믿으며 살다간다.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누가 말리겠느냐만은 얼 빼놓고, 사리사욕을 쫓아, 제것 귀한 줄 모르고, 허튼 조물주만 섬긴다면 그 사회는 종래는 무법천지 사회가 된다. 무법천지 사회가 된 까닭은 지력(智力)이 터무니없는 무뇌아가 판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수렁 속으로 세차게 빠져들고 있다. 도처가 숭숭 뚫리고 있다. 뇌에 구멍 뚫린 듯한 세상, 참으로 오소소하다./심보통 2023.12.16. 세찬 함박눈(snow flake) 멈춘 토요일 오후에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4-10-10 05:24:26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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