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0대 이상인 사람중에 많은 이들은 어릴 적을 떠올리면 늘 쌀이 부족해 보리밥을 먹거나 그것도 귀해 초근목피 했다는 기억이 대부분일 것이다. 쌀이 모자라 학교에서도 혼분식을 하라고 권장했고, 심지어 선생님이 도시락에 보리밥을 싸 왔는지를 ‘도시락 검사’를 하는 진풍경도 있었다. 그만큼 쌀이 귀하던 시절이었다.한국 사람은 ‘쌀’ 없이는 살 수 없는 민족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쌀 소비가 줄고 밀가루 음식인 빵이나 고기를 주식처럼 먹고 있다.빵과 고기선호 사회가 됐다. 하지만 밥 안먹고 살 수 있는 한국인은 없다.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밥은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쌀소비량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이다. 30년 전인 1993년의 110.2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루에 먹는 쌀 소비량이 평균 154.6g으로 밥 반공기에 불과한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쌀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쌀 빼고는 우리가 먹는 식량 중에서 자급이 가능한 것은 거의 없다.고기의 경우에도 대부분 사료를 먹여서 키운 가축에서 얻는 것들이다. 그런데 2022년 배합사료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사료 없으면 현재의 육류 공급은 유지될 수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 키운 가축만으로는 모자라 수입까지 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육류의 자급률은 63.9%이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이다.게다가 밀, 콩도 수입이고 과일도 수입이 상당하다. 그러니 쌀을 제외하면 식량의 자급기반은 매우 좁은 상태다. 쌀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곡물이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생존을 좌우하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이상기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외국으로부터의 곡물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그야말로 굶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쌀밖에 없다.그런데 지금 쌀이 제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제공을 정부가 하고 있다. 작년 대비 쌀값이 20%나 폭락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가 늑장 대책만 수립했다. 정부 관료들은 탁상에서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하면 쌀 생산량이 지금보다 줄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물가는 모두 올랐는데, 쌀값이 이렇게 폭락하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해가 갈수록 논농사 면적은 사실상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경지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논농사를 짓는 면적은 76만4000ha였다. 2022년에 비해 1.5%가 줄어들었다. 20년 전인 2004년에는 논 면적이 111만4950ha였으니, 20년 만에 31.5%나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로 더 이상 논농사조차 짓지 못하는 상황이 곧 온다. 우리처럼 식량자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국가적으로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논을 보전하고 논농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이다.이렇게 쌀을 가볍게 여기는 정부의 태도앞에 지난 8월부터 시작한 농협의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 눈물겨워 보인다. 농협이 중앙회 차원에서 쌀 소비 홍보에 나선 가운데 지역 농협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영천시와는 우리쌀 소비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교육지원청과는 아침밥 먹기 운동 협약을 맺었다. 등교 시간에 학교앞에서 캠페인도 벌인다. 지난달에는 영천댐 별빛걷기대회 행사장에서 대회에 참석한 직원들이 우리 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농촌지역인 우리마저 쌀을 무시한다면 최종적인 피해자는 우리다. 어차피 믿지 못하는 정부라면, 우리라도 쌀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밥 꼭 챙겨 먹고, 밥 먹을 때마다 농사의 소중함을 생각하자. 분명한 것은 우리 쌀과 우리 농업은 소중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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