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되고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한 달 내내 한쪽 팔로만 생활해보니 지난 60여 성상 부려먹은 두 어깨에게 심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나 오른 팔이 묶인 채 왼손으로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지 절실히 체험하면서 더더욱 그나마 한 갑자동안 마음껏 부려먹으며 살아온 몸뚱이에 고마움을 표해본다. 이제 다시 한 갑자의 여로가 남았는데 낡고 군데군데 파손된 육신의 수레를 어떻게 끌고 갈까. 부서지면 수리하고 찢어지면 기워가면서 너무 버거운 짐은 싣지 말아야겠지만, 그래도 조금 무거운 거라면 방법을 강구해서 싣고 가야겠지. 오 분이면 될 일을 한 손으로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려니 삼십 분이나 걸려야 할 정도로 더듬거리는 처지가 되었다. 육신이 건강해야 활발한 생각도 일어남을 여실히 느끼는 즈음이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고 또 내일이 주어져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면서 고난의 날을 힘들어한다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다. 성인의 말씀을 곱씹으면서 스스로를 추슬러본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구한서자는 경만이고 본관은 능성인데 문의공 팔곡선생의 12세손이다. 성품이 평소 굳세고 곧으며 신체의 힘이 빼어나 젊었을 때부터 활과 총을 잘 쏘기로 이름났다. 섬나라 오랑캐들이 우리나라를 침입하자 일본인들과 같은 하늘 밑에서 살지 않겠다 맹세하고 1896년 병신에는 영해의 의병진에 종군하였다. 그러나 일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아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단오 정공을 따라 창의하던 날 남들보다 뒤에 서지 않겠다고 죽음으로써 맹세하였다. 산남의진이 거사(擧事)를 하자 지난날의 동지들을 모두 불러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고 산남의진 도총장이 되어 각 지역으로 나아가 싸움에 반드시 선두에 올라 어렵고 험함을 피하지 않았다. 입암의 패전 때 여러 의사들과 같은 날 스스로 죽지 못함을 한탄하였다. 그리고 흩어진 의병들을 거두어 동엄공을 따라 중군의 책임으로 안팎을 관리하였다. 바닷가를 인접한 지역에서부터 신녕과 의흥을 지나 청송과 진보 등 내륙의 여러 고을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일이 거의 이루어질 듯하더니 끝내 뜻하지 아니하게 영덕 전투에서 패전하여 큰일이 와해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정순기와 더불어 최세한을 대장으로 추대하였다. 한편으로는 의병과 군기를 모집하고 한편으로는 싸우면서 각 지역에서 전과를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한이 또 적에게 사로잡혀 일이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정순기와 함께 몸을 자연 속에 감추었다. 재차 의거를 도모했지만 끝내 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원문〉 具漢書는 字敬萬이요 綾城人이라 文懿公八谷先生之十二世孫也라 性素剛直하고 膂力過人하야 自少時로 善射有名이런이 島夷侵國에 誓不共戴하고 丙申에 從寧海義陣하야 事竟不濟하고 憤不自勝而從丹吾鄭公하야 約有事之日誓死不後하고 及山南之擧에 悉召往年之同志하야 欣然附從하고 爲都摠將하야 進戰各地에 必先登之하야 不避艱險하고 立巖之敗에 自恨不死同日하고 卽收散軍從東广公하야 以中軍之責으로 干涉內外하야 自沿海로 歷新義至靑眞列邑에 盡心竭力하야 事幾進就러이 不意有盈德之敗하야 至大事瓦解之境이라 與鄭純基로 推崔世翰登壇하고 且募且戰而奮身各地라가 未幾에 世翰이 又被執而死知無可奈何라 復與鄭純基로 隱身於巖穴하야 謀再擧라가 未果而卒하다 <山南倡義誌 卷下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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