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변화하는 요즘 세상, 산업화, 현대화, 정보화, 이러한 글귀들은 이제 우리들의 뇌리에 너무나 익숙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들 스스로 빠른 세상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반감으로 옛것에 대한 또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우리지역 영천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봄날의 따뜻한 바람과 함께 불어온 것 같다.
올해부터 영천 향교에서는 미래의 희망인 우리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성숙한 인격체로서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한다면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전통 성년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어쩌면 요식적인 행사의 하나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필자는 이 행사를 바라보면서 요즘의 청소년들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이제 성인이 되는 시기에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친구나 가족, 친지들이 단순히 문자나 가벼운 선물로서 축하를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예식을 통해서 성년이 됨을 기리게 된다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는 또 다른 의의와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올 것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 성년식은 전통의상인 `도포`와 `당의`를 입고 과거 조상들이 실행한 성년의례를 재연해 성년의 의미와 함께 성년자들에게 뜻 깊은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다.
성년식은 남자에게 갓을 쓰게 하고, 자(字)를 지어 줘 부르게 한 `관례`와 여자가 머리를 올려 쪽을 찌고, 족두리를 얹고 비녀를 꽂게 한 `계례`를 중심으로 삼가례 축사를 전하고, 성년 선서, 성년선언, 초례 축사, 수훈례, 자명례 등으로 진행된다.
관례는 20세가 된 남자에게 세 번의 관을 씌워주어 가족과 친족사회, 나아가 국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의식이며,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3번의 관을 씌우고 옷을 갈아입히는 분리의례와 술로써 예를 완성하며 성인이 되었음을 하늘에 고하는 초례, 이름 대신 부를 `자`(字)를 내려주는 명자례 의식으로 구성된다. 계례는 땋은 머리를 풀고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아줌으로써 비로소 성인 여자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의식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의하면 그 유래는 성년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통과의례로 여겨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사회에서 성년식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삼한시대 마한에서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라는 기록은 당시 성년식의 절차와 내용을 말해 주고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관복을 입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 이르면 광종 16년(965)에 태자에게 원복(元服)을 입혔다는 대목도 있다. 원복이란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원나라의 복장이라는 뜻이지만, 당시 어른들의 평상복인 배자(褙子, 덧저고리)를 말하므로 태자에게 성인복을 입혔음을 뜻한다. 태자의 성년식을 거행해서 공식적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알렸다. 조선 초기의 성년식은 양반을 중심으로 행해졌다.
관례를 치르는 연령은 보통 15세 이상이나 조선 중기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을 겪으면서 조혼(早婚) 풍습이 생겼다. 그때부터는 관례를 치르는 연령도 낮아져서 10세 전후에 치르기도 했었다. 때로는 10세 전후의 아이들에게 관례의식을 치르지 않고 초립이나 복건을 씌우는 풍습도 생겼었다. 그래서 ‘초립동’이란 말이 생겨났다.
관례는 원래 양반계층을 중심으로 시행되었으며, 천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천민들이 혼인을 하고도 탕건, 망건, 갓을 쓰지 못한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례는 전해오는 동안 지역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변모되었다. 갑오경장을 전후하여 개화사상이 퍼지면서 그 의미가 줄어들다가, 고종 32년인 1895년에 단발령이 내린 후로는 관례 의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년식이 거의 사라질 무렵, 국가에서는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전통 성년식을 부활시켰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통 성년식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깨우쳐 줄 목적으로 1999년부터 표준 성년식 모델을 개발하였다.
여기에서는 전통 관례복장을 갖추고 의식을 주관하는 어른인 ‘큰손님’을 모셔놓고 상견례(相見禮), 삼가례(三加禮), 초례(醮禮)를 거쳐 성년 선언으로 이어지는 의식이 오늘날의 성년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현대의 전통 성인식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성년식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려는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고, 나아가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성년식을 제정하여 젊은이들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깨닫게 하고 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도록 하기 위함이 있음도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모에 대한 존경과 효행의 의미도 성인식을 즈음하여 감사의 마음을 아로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