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하게 전시관만 지어놓고 있으면 됩니까? 아름답던 옛 추억을 찾아 고향을 찾았다가 실망감만 가지고 돌아갑니다.”
영천댐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랜다며 거액을 들여 건립된 망향공원 전시관이 방치된 현장을 본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13일 수몰로 고향을 떠난 한 출향인의 제보로 망향공원을 찾은 기자는 망향공원 전시관에 도착하자 전시관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건물에 붙여진 글자가 떨어지고, 비뚤어진 글자, 빗물로 얼룩져진 전시장은 어둠으로 휩싸여 개방을 하는 곳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적막감 마저 돌았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불을 켜지 않았다고 관리자 해명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2013년 12월 준공된 전시관 내부에는 수몰되기 전 마을사진과 당시 생활용품, 각종 자료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준공된지 얼마 되지않은 건물 천정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고 전시관 내부에 붙여놓은 부착물은 들떠 울퉁불퉁해 보기 흉한 모습이다.
또 망향공원 마당 맨홀 대리석은 반으로 부서져 밟으면 곧 빠져버릴 것 같았으며 공원 화장실은 지난 겨울에 동파된 채 그대로다.
2층 전시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층을 오르는 전시관 계단에는 창틀사이로 들어오는 빗물로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고, 비어있는 영상실에는 천장에서 흘러내린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고여져 있었다.
또 베란다 쪽에는 돌틈 사이로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잔디밭을 연상케 했다.
일주일 자란 잡초라고 한다.
한마디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느낌이다.
전시관 건립당시 영천시는 수몰지역 이주민들과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치유하면서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문화관광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기자는 알고 있다.
당초 영천시는 수몰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용품과 사진 등을 기증받아 이곳에 전시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몰민들의 애환이 깃든 이런 전시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댐 수몰이전 자양면에는 주민 9천여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댐 조성으로 학교 2곳이 폐교되고, 당시 수몰민들은 대도시나 인근 지역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이들 수몰민들은 고향을 잊지않기 위해 자양초등 총동창회가 고깔산에 표지석을 세우고 글을 새겨 실향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댐 수몰로 고향을 떠나 살고있는 실향민들을 또 한번 아픔을 느끼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들이 다시 고향을 찾고 전시관을 찾을 때는 애환을 달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