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일찍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영천시가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전문가 천호재 교수의 ‘영천 발전을 위한 소고’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시리즈는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영천의 문화콘텐츠 운용양상을 점검하고 영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지역 정체성을 개발한다 지역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한 일환으로 우선 영천 지역에만 존재하는 정체성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천 지역에 잠들어 있는 문화 유적지 등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영천만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전의 경북동부신문(2015.09.23.)에 난 교촌동 소재 영천극장 부활 관련 기사는 바로 영천에 잠들어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좋은 예라고 하겠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자체의 통폐합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역 브랜드화에 실패한 무색무취의 지자체는 다른 지자체에 합병되는 한편, 성공적으로 지역 브랜드화를 확립한 지역은 다른 지역과 연계를 맺어 지역의 정체성을 활발히 확장해 나가기도 한다. 이는 지자체가 왜 지역의 정체성 개발과 브랜드화에 힘써야 하는지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영천의 정서와 공간의 설계영천 지역의 경험적 가치를 통해서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천 지역민들의 정서와 그에 걸 맞는 도시 공간의 설계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영천에서 주력하고 있는 대마나 조선통신사 행렬이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지역민들의 정서에 우선 크게 부합되어야 하며 그 정서에 걸 맞는 도시 공간을 새로이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영천에는 다른 도시와 비슷비슷한 모양의 아파트가 있고 대형 슈퍼가 있고 상가가 있고 패스트푸드점이 늘어서 있다. 교촌동 소재 영천극장을 비롯하여 주변 일대는 터미널에서 그렇게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폐허나 빈집이 많아서 도시화에 뒤쳐진 영천의 어두운 그림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천의 정체성이 쉽게 드러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영천의 정체성이 완전히 망각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영천의 정서를 적절히 반영하는 영천의 공간적 특징을 구현해내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영천의 역사, 문화 등의 정서가 가장 활발하게 드러났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사료나 사진, 그림 등을 바탕으로 최소한 교촌동 소재 영천극장 및 향교의 주변 일대를 옛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복구할 필요가 있다. 미관을 해치는 건물-그 건물이 신축건물이라고 해도-은 필요시 과감히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정체성이 거의 없던 일본의 나오시마(直島)는 최근 낡고 폐허가 된 도시공간을 재설계하고 거기에 현대미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정서적 경험 가치를 살린 결과, 매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물론 공간의 재설계를 통해 나오시마가 일본 현대미술의 거점이 된 것은 당연하다. 영천의 지역 자산영천의 다양한 지역 자산 가운데 대마가 대표적 자산이라고 한다면 각 가정이나 관공서, 터미널, 시내 주요 곳곳에 대마 그림, 깃발, 조각상 등을 설치하여 영천의 브랜드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영천의 다양한 지역 자산들은 반드시 과거의 것이 아니라도 된다. 사소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없는 영천만의 전원풍경이라도 무방하며 군락을 이룬 특정 수목들의 향기, 호수나 연못에 비치는 별빛이나 달빛, 영천 지역민들의 역동적인 삶, 기질 등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무엇이든 영천다움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영천은 구미, 포항 등의 도시보다 도시화가 늦어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는 없는 무형의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슬로라이프’를 영천의 특정 지역 자산으로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올리비에트라는 소도시는 패스트푸드점의 개업을 일체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슬로라이프의 성지로서 입지를 구축하였다. 일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주문하면 4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며,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는 사이에 손님들은 가게 점원과 담소를 나누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이처럼 정체성이 거의 없는 도시라도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지역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영천 지역 브랜드 경영의 시점영천이 브랜드화하고자 하는 대상은 특산품이나 관광지만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나 관광객들과의 관계는 일회성에 거쳐서는 안 되며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맺어져야 한다. 따라서 영천 시정의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나 관광객들이 영천의 특산품을 몇 번이나 구입해주고 방문해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필요한지 골몰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대마를 영천의 지역적 브랜드로 삼은 이상, 영천의 시정 관계자들은 이러한 시점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이 시점은 영천의 지역민들에게도 필요하다. 당연히 이 시점의 밑바탕에는 영천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나 애착이 깔려져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 자부심이나 애착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에서 온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대마를 영천의 지역 브랜드로서 키워나가고자 한다면 그것이 현시대에 적합한 개념인지, 그것을 브랜드화함으로써 영천 발전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마 이외에 다른 다양한 영천 지역의 자산을 토대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고민하여야 한다. 영천 지역 브랜드 경영자는 영천과는 무관한 사람이 낫다. 영천 지역민들이 보지 못하는 영천 고유의 지역적 자산이 외지인들에게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브랜드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영천에 소재하는 다양한 기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프로필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일본어문학과 교수 재직. 일본 도호쿠 문학연구과 언어학박사. 저서로는 ‘일본문화의 이해와 일본어교육’(역락출판사), ‘일본의 음식문화와 레토릭’(책사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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