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일찍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영천시가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전문가 천호재 교수의 ‘영천 발전을 위한 소고’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시리즈는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영천의 문화콘텐츠 운용양상을 점검하고 영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브랜드가 지역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그것을 하루 아침에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것은 면밀한 계획하에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할 때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으로 지역 기초력의 진단이 거론된다. 지역의 기초력을 진단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시점이 필요한데, 하나는 지역 기초력의 분석과 다른 하나는 지역의 브랜드 자산-가치 분석이다.
이번 호에서는 영천이라는 도시 자체의 브랜드화에 초점을 두고 이 두 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천 지역의 기초력 분석
영천 지역의 기초력을 분석하기 위해서 고려되어야 할 첫 번째의 측면은 인근 타도시와 비교해서 영천의 기본가치와 편의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영천 지역의 라이프라인과 인프라구조의 레벨 즉, 기본가치와 편의가치가 인근의 경산이나 자인, 경주, 청도 등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표로는 인구력, 산업력, 재정력, 생활기반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지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 영천을 비교하면 영천의 기초력 즉 기본가치와 편의가치가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인구력은 영천의 출산율, 고령화(연령구성비), 인구의 유입 및 유출 정도를 말하는데, 우선 영천의 인구력을 인근 타도시와 비교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일본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40%를 넘으면 청장년층이 노인을 부양하는 구도가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인구 유입과 유출의 비율은 지역의 활성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구의 유입을 늘리고 유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유치이다. 즉 산업력을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영천 시정에서도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양산품의 생산은 해외에서, 차별화 제품의 개발이나 생산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것 이상으로 기업에서도 글로벌한 차별화나 부가가치화를 추구하면서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입지를 추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천시의 시정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속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기업의 관심사를 우선적으로 알아내고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기업유치 실적도 저조하고 그와 연동하여 산업력, 재정력이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업력, 재정력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예산을 쪼개어 영천 자체의 라이프라인과 인프라구조를 정비하여 현재 영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생활기반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미 이러한 노력을 열심히 기울여오고 있겠지만, 인근 도시와 항상 비교해 나가면서 자체의 생활기반력을 향상시켜 나가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영천 지역의 브랜드 자산-가치분석
영천 지역의 기초력을 진단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영천 지역 브랜드의 자산-가치분석이다. 그것은 영천의 감각가치와 관념가치를 어떻게 발굴하고 향상시킬 것인가를 위한 분석이다. 영천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비롯하여 다양한 숨은 가치를 발굴하여 이들 자산들을 영천 지역의 브랜드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천의 문화소비적 가치, 교육적 가치(평생교육), 외지인과 지역민들의 교류적 가치, 사업적 가치, 휴식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적 가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들 가치분석에 대해서는 필자가 지금까지 많이 언급해 왔는데, 다시 언급하면 여러 고문헌들을 통해서, 혹은 전승들을 통해서, 혹은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영천에 대한 기억, 향수 등을 설문조사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낼 수 있다. 영천에 내재된 브랜드 자산의 발굴에 있어서 매장량이 많이 있다면 무엇을 우선시할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고, 매장량이 적거나 거의 없다면 영천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만듦으로써 인근 지역과 경합을 벌여나갈 것인지, 아니면 인근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서 공생해 나갈지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프로필)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일본어문학과교수 재직. 일본 도호쿠 문학연구과 언어학박사. 저서로는 ‘일본문화의 이해와 일본어교육’(역락출판사), ‘일본의 음식문화와 레토릭’(책사랑)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