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그 지역만의 브랜드 컨셉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컨셉의 조건’, ‘컨셉의 개발 단계’가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이번 호에서는 컨셉의 개발 단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컨셉의 개발 단계로는 ‘지역 자산의 검토’, ‘사회문화 문맥에 대한 통찰’, ‘체험을 기반으로 한 지역 브랜드 컨셉의 추출’, ‘자산의 편집과 체험의 디자인’ 등이 거론된다.
▶지역 자산의 검토 영천의 지역 자산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 자산에는 역사, 음식, 경제, 자연, 공동체 등이 포함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 지역 자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과는 별도로 각 자산들을 한데 엮어보고자 하는 자세이다. 지역 자산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영천 지역의 연상 네트워크 제작이다. 영천의 각 동이나 면, 리에 거주하는 10명에서 50명 정도의 지역민들을 성별과 연령별, 직업별로 분류해서 ‘영천’하면 떠오르는 연상어(제3사관학교, 말, 돔배기, 은해사 등등)를 자유회답의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자연언어해석시스템 DE-FACTO에 넣어 돌리면 영천의 역사, 음식, 경제, 자연, 공동체에 관련된 다양한 연상어들을 추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연상어가 추출되면 그다음 단계로 다양한 논의를 통해 각 연상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핵심어(컨셉)를 발견해내면 된다. 시정 관계자들은 대마라는 컨셉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정해진 것인지 혹은 대마가 영천과 관련된 다양한 연상어를 한데 묶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문화 문맥에 대한 통찰 지역 자산에 해당하는 다양한 연상어들을 추출하고 예를 들어 대마와 같은 컨셉을 발견했다고 해서 브랜드 컨셉 개발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한국 또는 영천 지역사회의 저변을 흐르는 사회문화적 문맥도 차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신문 지상에 등장하는 예를 들면 미래신성장, 친환경에너지, 군사보호구역 해제, 건강음식, 미니사과, 외투기업, 다이어트, 공업용지, 해외농업연수, 출향인, 고향정착, 체류형 농업창업, 스포츠마케팅 등의 용어들은 현재의 한국 또는 영천의 사회문화적 문맥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해준다고 할 수 있다. 대마가 영천을 대표하는 진정한 컨셉이 되기 위해서는 대마가 과연 지금의 한국사회, 영천의 지역사회에 요구되는 가치관이나 문화에 부합되는 것인지, 부합된다면 어떤 점에서 부합되는지 진지하게 모색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나가면 분명 영천이 처한 문제의식과 영천의 존재적인 의미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리라 기대된다.
▶체험을 기반으로 한 지역 브랜드 컨셉의 추출 영천의 지역 자산을 검토하고 사회문화적 문맥 고찰이 병행되면 오늘날 영천의 존재적 의미나 지역적 가치가 발견될 것이다. 만약 영천의 지역적 자산만을 보고자 한다면 기존의 자산을 고집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사회문화적 문맥 속에서 현재의 조류만을 타고자 한다면 기존의 자산을 경시하고 뭔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양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들 두 시각을 조합하여 영천의 브랜드 컨셉을 발견해 나가고자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체험 기대 목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 목록을 곰곰이 살펴보면 오늘날의 외지인들이나 지역민들의 기대를 모두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자산의 검토와 사회문화적 문맥 고찰이 이들 목록에 나오는 기대들과 일맥상통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면 외지인들을 영천으로 끌어들이고 지역민들이 외지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컨셉을 발견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마가 이들 목록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이 되는지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애착 유대-온정, 지역민과의 교류, 마음의 연결, 연대감, 대접, 가치관에 대한 공명 자기실현-자극, 감성, 사치스런 기분, 지위, 긍지, 지적인 기분, 꿈이나 목표 실현, 지식이나 시야의 확장, 창조성, 인생관의 전환 여유-여유 있는 생활, 경제적인 여유, 안정된 노후생활, 스트레스로부터 최소한의 해방 감각 정서-신비적인 기분, 들판 풍경의 상기, 일상으로부터의 해방
▶자산의 편집과 체험의 디자인 체험을 기반으로 한 지역 브랜드 컨셉의 추출이 끝나면 그 컨셉을 외지인이나 지역민들이 실제로 체험을 해야 하는데, 위의 목록에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체험하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실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시정 관계자들은 영천의 강점이 될 수 있는 지역적인 자산들을 선택적으로 집중하거나 다른 복수의 자산을 서로 조합하거나 어느 자산에 새로운 다른 요소를 보태거나 하는 고도의 편집 능력(디자인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위의 목록을 선별적으로 지역민들이 또는 외지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영천에 산재한 자산들을 열거하고 그 자산들을 취사선택 또는 조합이라는 편집의 과정을 거쳐 추상도가 높은 컨셉과 연결시키면 지역 브랜드의 효력이 발휘될 모든 채비가 갖춰지게 되는 셈이다.
-참고문헌 和田充夫外(2009) 『地域ブランドマネジメント』 有斐閣(東京)-
프로필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일본어문학과교수 재직. 일본 도호쿠 문학연구과 언어학박사. 저서로는 ‘일본문화의 이해와 일본어교육’(역락출판사), ‘일본의 음식문화와 레토릭’(책사랑)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