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는 포도품종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30년 기른 MBA포도나무를 뽑아내려니 마음아프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포도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귀농 5년차인 배인호씨(55)는 “껍질째 먹는 수입산 포도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면서 너도나도 국내산 포도를 외면하는 바람에 소비가 크게 줄어 소득 급감을 불렀다”고 최근 포도재배 농가의 어려움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억대농 대열에 동참했다는 그는 FTA여파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산 농산물 때문에 가격하락에 이은 소득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포도농가의 대응방안이 품종갱신이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14일 오전 금호읍 원제리 포도작목반장을 맡고 있는 배씨의 농장을 찾았다.그는 “기존 MBA포도로는 소비가 되지않아 품종을 바꿔야 하지만 너도나도 신품종을 심느라 모종 품귀현상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며 포도재배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모종구입이 어려워 내년에 품종을 바꿀 계획이라는 배씨는 “포도농사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한다”며 자신의 귀농과정과 포도농사에 관한 많은 것을 들려줬다.
배씨가 30년 재배하고 있는 MBA포도는 일명 머루 포도로 불린다. 까맣고 알도 좀 굵으면서 당도가 높은 포도가 MBA포도다. 이름만 머루포도로 불리지만 머루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한다. MBA포도는 만생종이라 가을에 수확하는 포도다
-금호지역은 일조량 많아 고품질 포도재배 적격지전국 최대 포도생산지 영천에서도 금호지역은 일조량이 많아 맛이 좋은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 갖춰진 곳이다.
금호 원제리 포도작목반의 경우 원제리 농가의 99%가 포도를 생산하는 포도집산지다. 동네 주민 모두가 포도농사를 짓는 집단화에 성공한 경우다.
5년전 귀농직후 정착이 쉬워진다는 권유로 금호원제리 포도작목반에서 2년동안 총무를 맡았다가 3년째 반장직을 맡고 있다는 배씨는 영천시 포도발전협의회 부회장, 금호농협포도공선회 사무국장직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농협에서 농민교육은 물론 포도 선별작업부터 포장작업, 공동판매까지 일괄적으로 맡아주기에 농민들은 농사만 지으면 된다. 일본에서 배워온 기법이라는 포도공선회 시스템은 고령의 농민들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수확된 포도의 운송부터 판매까지 농협에서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금호농협 포도공선회 참가 농가는 금호지역 전체포도농가의 30~40%뿐인 250농가다. 농협이 요구하는 품질 조건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귀농인들이 대부분인 원제리 작목반원은 모두 35명이다. 이들중 줄곧 원제리에서 농사해온 순수 토박이 포도농사꾼은 단 한사람 뿐이다. 평균 5천평의 포도밭을 재배하고 있다. 억대농은 3~4명이다. 배반장은 지난해까지는 억대농이었다고 한다.“저보다 5~6년 먼저 귀농한 선배 귀농인들이 가장 나이 많은 연령층이고 나머지는 젊은이들이라 불리는 50~60대가 주축이고 초기 귀농자들인 40~50대가 3~4명, 70대가 1명”이라고 소개한다.
-귀농의 성공조건은 철저한 사전 준비다귀농의 성공조건은 사전 준비다. 준비없이 귀농하면 소득창출이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귀농을 성공하려면 부부가 함께 귀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건비가 비싼 편이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어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통신회사 출신 어느 선배의 경우 귀농해서 매 일 막걸리만 30병 마셨다며 결국 역귀농하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준비없이 귀농한 결과다. 퇴직할 때 기반을 잡으려면 큰 기대를 갖기보다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노후에 여유있는 삶이 가능하다. 귀농인 지원책도 현실에 맞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귀농할 때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농지구입과 작목선택 등 그 지역에 맞는 작목선택은 물론 판로 개척 등 현실에 맞게 지원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도농사는 제대로 시설을 갖춰야 포도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년전에 귀농했지만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 됐다 한다. 대구에서 유통업을 하면서 주말마다 부모님의 포도농사를 도우면서 5년동안 농지를 확보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 해왔다. 현재 6천평 임대농이다. 5년동안 수목을 갱신하고 완전한 소득이 나올 때 귀농했다. 준비없이 귀농하면 소득창출이 어렵다. 귀농할때는 4~5년 정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준비기간동안 지역 탐색과 체험이 꼭 필요하다. 생활수준이 연소득이 보통 4~5천만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체작물로 자두농사도 시작부인 김화순씨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는 배씨는 부부가 서로 뜻이 맞아야 귀농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종일 함께 얼굴 맞대고 일하는 과정에서 부부금슬이 오히려 좋아진다고 한다. 미혼으로 전역후 복학한 아들과 유치원 교사인 딸은 반야월에서 살고 있다. 3남매의 장남인 배씨의 막내 동생은 같은 마을에서 영천한방포크 가시오가피 가공장 및 약초도매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동생은 포항제철에 근무한다. 평생 포도농사를 지어온 양친은 아직도 포도농사를 짓고 있으며 부친은 원제리 경로회장이다. 그는 앞으로 MBA포도하우스를 폐원하고 매년 기온이 상승하는 기후 변화에 따른 대체작목으로 자두를 올해부터 우선 2,000㎡ 정도를 시험적으로 재배할 계획이다.
-포도농사는 많은 투자비 들어가는 시설농사 포도농사는 품종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번 심어놓고 수확할때까지 3~4년은 기다려야 소출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도농사는 시설 사업이라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에 더욱 신중해야 된다. 포도농사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춰야 된다.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한 비가림시설과 수분을 제공하기 위한 점적시설(물배관)과 스프링클러 등 관수시설이 가장 중요하다. 방재 방충시설도 필요하다. 꽃매미라는 곤충 배설물로 포도품질을 떨어뜨린다. 품질은 곧 소득으로 직결된다. 여기에다 잡초가 올라올 수 없도록 차광막을 설치해야 하고 포도운반용 레일시설도 갖춰야 한다. 레일시설과 같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 절감이라는 생산비 절감효과를 보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