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일찍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영천시가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전문가 천호재 교수의 ‘영천 발전을 위한 소고’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시리즈는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영천의 문화콘텐츠 운용양상을 점검하고 영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지난 호에서는 식문화자산을 브랜드화한 일본 미에켄 이가시 구아야마쵸의 사례를 중심으로 브랜드 컨셉의 개발 단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역사·신화자산을 활용하여 브랜드화에 성공한 미야자키현의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브랜드화는 현(, 한국의 道에 해당) 단위의 넓은 행정구역보다는 한국을 예로 들면 시(군)→구(면)→동(리)과 같이 보다 좁은 행정구역에서 시도하는 것이 용이하다. 브랜드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광역이긴 하지만 미야자키 현청(한국의 도청에 해당)의 지역 진흥과가 주도가 되어 브랜드화에 성공한 그 경위를 살펴보도록 하자. ▶미야자키현의 고민 미야자키시를 도청소재지로 하는 미야자키현의 인구는 약 110만 명 정도이다. 현재 미야자키현은 고령화, 저출산, 과소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야자키현은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남쪽나라=미야자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확립되어 있었으며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미야자키현 자체에서도 관광비지니스 활성화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더불어 해외여행이 자유화됨에 따라 일본 국내의 관광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미야자키현을 부단히 찾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었다. ▶역사?신화자산에 주목하다 미야자키현에는 일본의 기원을 다룬 히무카신화(日向神話)를 위시하여 신화에 관련한 자산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신화가 특정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산재해 있으며, 더구나 구전이 많아 제대로 된 기록이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그 취급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1999년에 미야자키현 북부 산림구역의 도로 건설 계획이 부상되었을 때, 우연히 신화에 주목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도로가 지나가는 곳에 히무카신화의 주요 무대인 다카치호쵸라는 마을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다카치호쵸를 기점으로 하여 미야자키현 전역에 산재해 있던 신화들을 도로를 따라 엮어가자는 ‘신화·전설 프로젝트’가 태동하게 되었다. ▶사회문화 문맥에 대한 통찰 신화자산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도로의 개통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두 가지의 큰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철학자인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가 저술한 저서이다. 우메하라씨는 1998년에 미야자키현을 여행하면서 일본의 고대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타난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였다. 한국으로 말하면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나타난 지명이나 자연풍경을 역사연구가가 여행을 하면서 그 감상들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히다카신화를 재조명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일본 국민들의 여행 스타일의 변화이다. 기존의 대형버스 위주의 단체관광에서 자가용을 이용한 개인여행 또는 가족여행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화 문맥을 감지한 미야자키현 관계자들은 앞으로 신화의 세계를 지성과 감성으로 느끼는 여행을 여행자들이 추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였다. ▶컨셉의 도출 미야자키 현청 관계자들은 철학자 우메하라 다케시의 영향을 받아 일본의 기원에 관련된 수많은 신화가 산재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야자키가 일본의 기점이라는 확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일본의 기점, 미야자키’라는 컨셉이 탄생하게 되었다. 곳곳에 산재한 신화자산을 모아 미야자키만의 독특한 의미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지역민들이 미야자키라는 공간이 신비적인 기분,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풍경이라는 체험가치를 지니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산의 편집과 체험의 디자인 국도명이 신화를 연결하는 ‘히무카신화가도’로 명명되었다. 한국으로 말하면 단순히 국도O호선이라 하지 않고 ‘조선통신사의 길’이라 명명하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미야자키 현청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컨셉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산재한 신화(신사, 고분, 구전 민화, 전통예능 등)에 관련된 정보를 모아서 그 정보들을 재편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현청 주도하에 분담의 형식으로 크고 작은 지자체의 관계자들과 주민 봉사자들이 의욕적으로 2년여의 시간을 들인 끝에 방대한 정보가 수집되었다. 그 방대한 정보들을 재편집 작업한 결과, 마침내 히무카신화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 팜플렛이 만들어지고 길에는 통일된 표지판이 설치되었으며 세련된 디자인의 로고가 곳곳에 붙여졌다. ▶현상의 효과와 금후의 발전을 향하여 ‘히무카신화가도’ 프로젝트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2005년 무렵 히무카신화가도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더니 급기야 역사에 흥미를 지닌 중장년층의 관광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현재 미야자키현청 관계자들은 ‘히무카신화가도’가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역사와 신화를 선호하는 중장년층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청년층들도 겨냥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청년층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특정한 유적지를 방문하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고 하는 스토리를 만들거나 ‘히무카신화가도’를 ‘사랑이 싹트는 고대의 길’로 이미지화하여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로를 따라 신화를 모티브로 한 행운의 부적을 판매하거나 음식점을 개설하여 미야자키현의 향토요리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참고문헌 和田充夫外(2009) 『地域ブランドマネジメント』 有斐閣(東京)--미야자키현청 홈페이지 http://www.pref.miyazaki.lg.jp/kanko/index.html 프로필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일본어문학과교수 재직. 일본 도호쿠 문학연구과 언어학박사. 저서로는 ‘일본문화의 이해와 일본어교육’(역락출판사), ‘일본의 음식문화와 레토릭’(책사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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