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일찍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영천시가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전문가 천호재 교수의 ‘영천 발전을 위한 소고’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시리즈는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영천의 문화콘텐츠 운용양상을 점검하고 영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자연∙문화자산을 활용하여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곳으로 일본의 나오시마가 있다. 나오시마는 세토내해(海)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무명의 섬이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예술가가 모여 들어 창작활동을 하는 브랜드의 섬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나오시마가 이렇게 변모하게 된 이면에는 베넷세 코퍼레이션/베넷세홀딩스의 대표이사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一郎) 씨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후쿠다케 씨의 활동을 통해 지역 브랜드화에 대한 기업인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오시마의 지역자산 나오시마는 세토내해의 많은 섬들 중의 하나이다. 세토내해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쇼도시마(小豆島)가 가장 유명하다. 쇼도시마에는 올리브가 재배되고 있으며 천혜의 관광지로 정평이 나있다. 근처의 메기지마(女木島)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에 반해 나오시마는 이렇다 할 매력이 없는 그저 평범한 섬에 불과한 곳이었다. 오히려 오래 전부터 구리 제련소가 있어서 오염된 섬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더구나 산은 대부분 민둥산으로 이 섬의 브랜드화를 모색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나오시마의 이러한 모습에 아연실색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오시마의 지역 자산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넷세 코퍼레이션의 관여와 사회문화 문맥의 통찰 베넷세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후쿠다케 씨는 이러한 나오시마를 기업활동의 거점으로 선택하였다. 이 기업은 일찍이 종래의 통신교육이라는 업무 영역을 확장하여 출산, 어학, 생활, 요양에 이르기까지 생활전반에 관련된 출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찬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베넷세’라는 말은 ‘잘 산다’는 뜻으로 기업명에서 이미 웰빙이라는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다. 후쿠다케 씨는 원래 도쿄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되면서부터 본사가 있는 오카야마시(岡山市)에 거주하면서 도쿄에는 느낄 수 없는 삶의 충만함과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자신의 행복을 기업 이념화함으로써 기업을 문화 발신의 장으로 삼고 그 주요 공간으로 특히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던 나오시마를 선택하게 되었다. ▶컨셉의 추출 후쿠다케씨는 나오시마에서 잘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세토내해라는 천혜의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를 생각하는 섬이라는 컨셉을 나오시마에서 추출해냈다. 산다는 게 과연 무엇이냐는 물음은 인생관의 전환이나 일상 탈출의 감각정서를 자극하는 체험가치로 연결되어가는 컨셉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자산의 편집과 체험의 디자인 자산의 편집에 의해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site specific art, 특정한 장소에 제작된 미술작품)와 세계적인 예술가에 의한 창작활동이 정착되었다.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는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니는데, 첫째,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는 통상의 예술작품들과는 달리 아뜰리에가 아닌 특정한 장소(지역)에서만 창작활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예술가는 자신의 창작행위를 위해 특정 지역 예를 들어 나오시마를 방문하여야 한다. 둘째, 지역자산과의 대화성을 들 수 있다. 예술가는 특정 공간, 예를 들어 나오시마의 풍토나 문화와 접촉하면서 사색하면서 장기간 거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는 지역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교류를 한다. 예술가는 나오시마의 유형∙무형의 지역자산을 이용한 창작활동을 해야 하므로, 단독으로 예술활동을 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술가와 나오시마의 풍토와 문화가 하나로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 나오시마의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 프로젝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외국인) 현대 미술가들이 가세하였다. 그들은 직접 나오시마를 방문하여 나오시마나 세토내해의 풍토와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나오시마 고유의 특징을 표현해 나갔다. 나오시마의 전통적인 민가에서 보이는 쓰보니와(坪庭, 정원의 한 형태)에서 힌트를 얻어 공간을 개발하기도 하고, 땅속에 공간을 확보하여 나오시마의 자연광을 흡수하여 만든 미술관, 나오시마의 민가에서 자주 쓰이는 소삼판으로 만든 목조건축물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나오시마의 풍토, 생활, 자연이 모든 예술행위의 원천이 된 것이다. 관광객들은 이들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나오시마의 독특한 정취를 느끼며 나오시마의 풍토와 자연을 존중하면서 진정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되새겨보게 되었음은 당연하다. ▶영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영천을 나오시마와 같은 아트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방책을 나오시마의 사례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위의 나오시마의 사례를 통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감도가 높은 사람들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예술 관람을 위해서, 창작활동을 위해서, 생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 인생 여정을 탐구하기 위해서 영천을 찾도록 하는 어떤 방안을 강구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오시마의 사례는 영천 시정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영천에 소재하는 특정한 기업, 지역민들이 긴밀히 협업을 하면 지역 브랜드화가 가일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지역 자산이 충분하지 않아도 지역민들과 시정 관계자와 기업이 협업을 하여 투철한 신념 속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회문화적 문맥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영천의 자산들을 재해석하고 편집해 나가면 영천에서도 충분히 창의적인 브랜드가 구현될 가능성을 나오시마의 사례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 -참고문헌 和田充夫外(2009) 『地域ブランドマネジメント』 有斐閣(東京)- 나오시마 관광협회 홈페이지 http://www.naoshima.net/view/index.html 프로필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일본어문학과교수 재직. 일본 도호쿠 문학연구과 언어학박사. 저서로는 ‘일본문화의 이해와 일본어교육’(역락출판사), ‘일본의 음식문화와 레토릭’(책사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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