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남독녀라 부모님께서 남자이름으로 지어주신 것 같다”는 귀농 4년차 사과농사꾼 김외식씨(58)는 고경면 대의리에서 2천여평 과수원을 혼자 일구고 있는 억척 스런 아줌마다.
“제가 농사지은 사과를 사 먹는 사람은 복받은 사람입니다. 손자손녀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독한 농약을 치지않고 친환경으로 사과를 재배하기 때문”이라는 김씨는 “거름을 많이 주기에 맛도 참 좋다”며 기자에게 연신 사과를 깍아 준다.
한쪽 다리를 쭉편 자세로 사과를 대접하고 직접 만들어낸 사과주스까지 내 주던 김씨는 “제가 한쪽 무릎에 쇠붙이를 박아넣은 장애3급 장애인”임을 스스로 밝힌다. 사위가 사다 준 최신 안마기가 자신의 애용품이라고 덧붙인다.
승용제초기, 리프터 등 농기계로 농사 사과 한알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수십번의 손길이 가야하는 것이 사과농사다. 여자 혼자 몸으로 그것도 장애인이 2천평 사과농사를 어떻게 짓느냐는 물음에 “각종 농기계들의 도움을 받는다”며 “20년 농사지은 분들보다 농기계 숫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귀농 첫해에는 맨 몸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를 따기도 했지만 지금은 리프터를 사용하고 풀을 제거하는 승용제초기부터 제초제 대신 벌레 죽이는 약을 뿌리는 약차, 선별기 등 다양한 농기계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제초제 성분이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의 한 해 소출은 귀농 첫해 900컨테이너, 10Kg상자 1천7백상자 정도로 연소득은 3천만원 정도라고 밝힌다. 귀농 첫해부터 4년동안 비슷한 소출을 내고 있지만 정확한 매출액은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대출받아 땅을 매입하고 귀농했지만 생활비에다 매달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김씨로서는 구체적인 연매출을 계산해보지 않았기에 정확한 액수를 모른다는 것이다.
포도 맛보러 온 것이 귀농계기
김씨의 귀농은 우연히 이뤄졌다. 의성에서 태어났지만 어릴때부터 줄곧 부산에서 성장한 김씨는 5년전 포도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영천을 찾았다가 덜컥 대지를 매입한 것이 귀농의 계기가 됐다. 출가한 딸과 미혼인 아들, 1남1녀 모두 독립하고 남편과는 가정형편상 떨어져 사는 김씨로서는 쉽게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세를 주고 농사짓는 것을 지켜보다가 4년전 본인이 직접 대의리에서 사과농사에 도전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댁이 있던 시골이 좋아서 막연히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김씨가 막상 농사를 시작하자 막막하기만 했다. 병치레를 잘하는 과수나무 관리에다 거름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낙화해버리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주변 분들이나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농협으로부터 농사법을 하나씩 배워가며 귀농 4년차를 맞은 김씨는 이제 몸소 익힌 노하우를 많이 축적한 상태다.
힘들다는 제초작업도 즐기면서...
그동안 “풀이 가장 무섭다”는 선배 농업인의 말을 실감했다는 김씨는 귀농 첫해에는 일당 15만원을 들여 제초작업을 의뢰했지만 이제는 승용제초차량으로 3시간이면 2천평 과수원 제초작업을 마칠 수 있게됐다고 한다. 그것도 “장난감차량을 타듯이 즐기면서 한다”는 것이다.
“3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무척 바빠진다”는 김씨는 1~2월 겨울철에는 가지치기를 하고 3월부터 거름을 주고, 새순과 꽃을 솎아주는 한편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도 솎아줘야하는 등 연중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솎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여름사과나 홍옥은 잎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풀베기 작업은 일주일에 한번씩 1년 내내 해줘야 하는 고된 작업이란다.
귀농 둘째해 봄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이제부터 죽었구나 싶었다”는 김씨는 이제는 꽃이 피면 “피고 싶으면 피어나라”며 즐기게 됐다고 한다. 수확철에 접어들면 나무마다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을 때를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판매로 가격하락 대응 나서 올해는 혼자 힘으로 농사지어야겠다는 막연한 자신감까지 붙었다는 김씨는 “국민들이 건강한 사과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뿐아니라 저장창고 사과의 스마트처리도 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도매상들이 누가 알아주느냐지만 가족이나 손자손녀들에게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농사짓기때문이란다. 사과주스도 군위의 어느 업체에 맡겼다가 제 맛이 나지 않아서 기계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농산물관리센터에서 제가 생산한 사과샘플을 갖고 가 검사한 후 전화상으로 저농약사과로서 합격이라는 통지만 해주고 검사필증 같은 서류를 남겨주지 않았다”며 섭섭해 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농사지은 사과는 물로 씻어 먹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흠집이 나 있거나 품질이 떨어진 사과만을 먹는 농업인들의 애환을 귀농후 알게됐다는 김씨는 지난해부터는 예쁘고 크고 품질좋은 사과를 직접 먹기위해 판매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고 한다.
귀농 4년차 김씨의 이런 여유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억척스런 모습에서 연유한다. 재작년부터 계속되는 가격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트럭에 사과를 싣고가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러 나설 계획이다. 사과값이 계속 하락하는 바람에 올해 3월에는 대구 대명동 농협앞 귀농인 가판대를 찾아가 직접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는 김씨는 지금 소형트럭에다 덮개를 설치하는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