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보관 및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고소득을 꾀하고 있습니다”영천시 북안면 신리마을회관 맞은편 들판에서 복숭아재배로 억대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성중환 씨(61)는 “재배가 쉬워 공급이 많은 일반품종은 가격이 싼 반면 재배하기 어렵고 수량이 적은 고품질 복숭아는 비싸게 받을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서적을 통해 복숭아와 포도 농사법을 공부하는 등 귀농 2년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한후 2011년 귀농을 결행한 성씨는 복숭아 3천4백평, 포도 1천평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런 연구노력 덕분에 관행농법의 일반농가보다 5~6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복숭아는 유통(보관)기간이 짧기 때문에 한 품종만으로는 지속적인 소득창출이 힘들기에 소량 다품종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70% 주문판매여름 한철에만 출하한다면 수박이나 딸기 등 다른 과일과 경합이 붙지만 6월말부터 10월초까지 12개 품종을 차례대로 수확해 낸다. 미황, 조항, 수황, 대옥게, 애천중도, 대명, 홍금향, 황귀비, 서왕목에 이어 만생종인 양홍장을 10월초까지 계속 판매한다. 한 품종에 30주(그루)밖에 없어 다품종 소량판매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일반판매 70%, 공판장 도매판매 30%다. 일반농가와 반대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직접 판매하고 있어 고소득의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다. 대부분 공판장에 내다 파는 일반농가와 크게 대비된다. 그만큼 고소득 창출 구조다. 복숭아 맛을 본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선주문 예약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단 재구매가 일어나는 자체가 그만큼 품질과 직결된다.
여기에다 복숭아나무의 수형을 ‘Y’자형과 신수형이라는 최신 수형으로 만들었고, 철저한 친환경농법으로 고품질 복숭아 재배 생산에 성공했다. 나무수형이 햇볕이 잘 드는 신수형과 ‘Y’자형을 선택함으로써 당도와 굵기, 숙기(익는 시기)와 색깔이 똑같은 고품질의 복숭아를 재배해 일반농가보다 비싼가격으로 출하하고 있다. 일반 관행농법 복숭아의 당도는 13브릭스로 1만원을 받을 때 성씨가 재배한 복숭아는 16브릭스로 3만원을 받으며 고소득 창출의 길을 열었다.
파쇠목 천연퇴비로 초생재배 귀농 첫해 심어놓은 5년차 나무가 3년 더 자라야 성목이 된다. 3년후 7년생 나무가 되면 현재 1천8백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성 씨의 농사법중 눈에 띄는 것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생재배를 한다는 점이다. 화학비료는 땅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성씨는 무농약 재배에다 복숭아밭에서 베어낸 잡초들을 나무밑둥에 덮어줌으로써 더 이상 풀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지치기 후 남은 가지들을 갈아만든 파쇠목까지 나무밑둥에 덮어줌으로써 잡초가 나지 않을뿐더러 천연퇴비가 되어 고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해 내고 있다. 순치기, 가지치기로 베어낸 가지들을 갈아만든 파쇠목퇴비가 고품질 복숭아 생산의 비결이다.
귀농 5년차인 지난해까지 1천만원 적자를 기록하고 각종 농기계 구입비 등 초창기 투자비가 만만찮았다는 성 씨는 귀농 첫해 나무를 심어놓고 인근 공장을 다니며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주말에만 심어놓은 나무를 돌보며 빨리 자라기만을 기다렸다. 귀농 2~3년차에는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경운기 등 농기계를 임대해 콩, 깻잎, 고추농사 등을 지으며 버텼다. 올해부터 적자없이 농사짓게됐다는 성 씨는 “복숭아가격이 폭락하거나 급격한 일기불순 등 천재지변만 없다면 앞으로 5년후면 억대 부농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 예상했다.
귀농초기 시행착오, “선진농법 전수하고파” 귀농 초창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귀농초기 임야 530평에 복숭아를 심었다가 야산이라 농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울뿐 아니라 수확철에 산돼지를 비롯한 유해조수들이 나무를 꺽어버리는 등 해를 입히는 바람에 포기한 사례도 들려준다.
성 씨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견학오는 이들이나 희망하는 이들에게 선진농법을 전수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북안면에서는 유일한 Y자형 농법이라 북안면 복숭아작목반에서 견학왔을 때는 전지시범까지 보였다. 순치기와 가지치기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안 신리는 성 씨 집성촌으로 성중환 씨의 안태 고향이다.
북안초등학교 출신으로 동아대 전자과 출신인 성 씨는 부산에서 컴퓨터제조업을 하다 귀농했다. 그당시 술담배를 못하니까 사업상 주고받는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고통을 겪었다.나무는 정직하다
부인과 함께 매일 밭에 나와 전지, 전정작업과 더불어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는 성 씨는 “귀농해서 깨달은 사실은 나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와 대화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밑둥에 하얗게 깍지벌레똥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한 성 씨는 “오늘도 이렇게 밭에 나오니 이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나무의 상태를 이곳저곳 살피며 보살펴주는 것이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며 친환경 농약으로 깍지벌레를 제거해줄 것이라고 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소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성 씨는 관행농법으로는 고소득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귀농하기 전 발품을 팔거나 서적을 통해 선진농법을 공부했다. 일본의 경우 복숭아 한상자에 수십만원을 홋가하거나, 포도 한알에 5만원씩 한상자에 1백만원이나 되는 품종까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비결을 연구했다. 우리나라 관행농법은 겨울에 전지, 여름에 농약살포하는 방식인데 반해 일본의 경우 여름에 전지(적심-수형 잡아주기)를 해주고 가을에 전정(가지치기)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생 나뭇가지가 굵지만 가지 굵은 것은 소용없다. 가지 중간 중간을 잡아주고 순치기를 통해 나뭇가지 길이에 맞게 적당한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전지 및 전정작업을 제 때 해줘야 고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부와 대화하는 귀농생활 행복하다”“농사는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귀농을 희망하시는 분은 열정에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성 씨는 매일 밭에 나가 나무상태를 살펴보는 애정과 부지런함이 필수라고 재차 강조한다.
영천시귀농연합회 5기생인 성 씨는 북안면 귀농연합회 감사, 북안면 새마을지도자, 북안면 복숭아작목반 운영위원, 북안농협 대의원, 농어민 지도자 등 직함만 여러개다.
“결혼이후 30년 동안의 도시생활때보다 귀농후 5년동안 부부간의 대화가 더 많았다”는 성 씨는 귀농후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매일 마주치는 나무의 상태라든지 갖가지 농사일에 대한 얘기부터 부인과의 대화가 끊일 새가 없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찾아간다는 도시인들의 로망처럼 손녀를 데리고 찾아오는 딸과 사위와 함께 농사지은 상추와 깻잎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부인 김귀숙(57)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는 성 씨는 딸 둘은 출가했고 아들은 부산대 재학중 입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