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공부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만큼 땅은 정직하게 대가를 보상해 줍니다”
화남면 선천리 개천 제방과 야산 사이에 위치한 과수원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5년차 귀농인 양치홍씨(50)는 “농사일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며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한발한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서 사업을 하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경운기 사고를 계기로 2012년 2월 부인과 함께 귀농하게 됐다는 양씨는 자신의 초창기 실패담부터 들려준다. 과수원을 물려받아 쉽게 시작한 귀농 첫해 수확에 실망이 너무 컸었다고 한다. 병충해를 입은 농산물의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져 출하가격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땅을 버릴 수는 없어 다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농사관련 교육에 매진첫농사 실패후 본격적으로 농사관련 교육에 매진했다. 사과관련교육장에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견학과 교육을 열심히 받은 결과 나만의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날이 밝으면 과수원에 가서 살았다”는 양씨는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만큼 땅은 정직하게 대가를 보상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3천평 과수원에 사과나무 1200주를 재배하고 있는 양씨의 연간 수확량은 25~30t정도다. 영천시귀농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양씨와 같은 젊은 세대 귀농인들의 대세 농사법은 밀식재배와 초생재배다. 과수원에서 자라는 50종류의 풀들을 자연 그대로 키우며 자연친화적인 농산물우수농가로서 고품질의 사과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밀식재배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1m(초밀식) 또는 2m나 2.5m 간격을 두고 재배하는 방식으로 양씨는 2m 간격을 택했다. 여기에다 병해충 방제효과가 크다는 초생재배와 미생물을 배양해서 거름으로 주는 바이오농법까지 곁들인 결과 땅이 비옥해지고 일조량이 좋아져 나무에 열리는 사과알이 굵어지고 당도와 색깔 좋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대로 미생물을 배양해서 거름으로 주는 바이오농법은 한약재찌꺼기나 버섯재배 후 나오는 배지(참나무톱밥)에다 미생물을 섞어 물주기작업때 함께 사용함으로써 일반농약 살포법보다 훨씬 안전한 사과농사법이다. 특히 양씨의 과수원은 수년 동안의 초생재배로 풀이 잘 자라날 뿐 아니라 야산과 인접해 있기에 고라니, 멧돼지, 토끼, 땅꿩 등 동물과 새들이 농사를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양씨는 새를 쫓기위해 약품을 사용하는 대신 새들의 날개짓을 방해할 정도로 가는 줄만 길게 매달아놓을 뿐이다. 과수원 바로옆 수풀이 우거진 강변이 고라니 서식처라 힘이 들지만 대동물기피제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철망을 쳐놓았지만 높이뛰기 능력이 탁월한 고라니에게는 소용없는 시설일 뿐이다.
자연친화적인 농사로 고품질 사과생산친환경을 넘어 자연친화적인 농사를 짓는 양씨가 소속된 화남작목반은 최근 보다 위생적이고 자연친화적인 GAP작목반으로 변신했다. 농약살포횟수를 매년 줄여가면서 토양과 나무에 맞춰 주기적으로 미생물 거름을 살포하는 바이오농법으로 고품질의 사과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같은 자연친화적인 농법까지 시도할 수 있기까지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등 관련기관의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다.
사과농사는 3월경 잎이 나기 전에 전정작업을 해주면서 방제작업까지 한다. 잎이 나오면 꽃을 솎아주는 적화작업과 여름에 열매를 솎아내는 작과작업에다 햇볕이 골고루 들 수 있도록 웃자라는 가지를 잘라주는 도장지 절단작업과 하계전정작업까지 해줘야 한다. 가을철 미생물을 첨가하는 관주(물대기)작업은 사질토와 점토, 마사토 등 토질과 토양에 맞춰서 해줘야 한다. 미생물이 뿌리에 활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또 일조량을 좋게하기 위해 잎따주기(적집)작업도 필요하다. 양씨가 재배하는 만생종 부사라는 품종은 10월 중순이 수확절정기다. 수확후 비료주기도 무척 신경쓰이는 작업이다. 매년 농약살포 횟수를 줄이는 만큼 자연적인 영양제를 살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농사는 판로개척이 가장 중요“가을에 사과를 수확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양씨는 인터넷이나 밴드를 활용한 직거래와 개인판매가 40%에 달한다. 농협공판장이나 도매상을 거치는 것이 60%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23% 급증한 결과 19년만에 가장 크게 폭락한 사과값 때문에 판로개척에 애로를 겪고 있는 농민들이 공동판매, 금요장터로 판로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3월중순부터 11월까지 금요일마다 개설되는 대구 신암동농협앞 귀농인 부스에는 영천시 12개면 귀농연합회원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성주 참외와 영천사과를 교환하는 등 특정지역 농산물끼리 맞바꾸는 물물교환 방식도 필요하다”는 양씨는 “농촌소득이란 것이 애매하기에 농사일로 돈을 번다기 보다 먹고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과농가의 경우 소득의 절반이 인건비가 차지한다”는 양씨는 “사과농사로 귀농하려는 이는 묘목값에다가 나무를 심고 소출이 날때까지 3년동안 수확없이 버텨낼 여유자금이나 여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귀농에는 확실하고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다만 임대농은 고려해 볼만하다고 권한다. 고령농업인들의 농사를 임대해서 농사짓는 방법이 그것이다. 의외로 농촌의 인력난이 심해서 임대농이 많다는 것이다. 귀농하기 위해 땅부터 구입하기보다 일단 품앗이로 시작해서 일거리를 거들어주면서 품삯도 받으면서 농사법도 배워나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농약투약 횟수라든지 각종 농사법은 스스로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예로부터 사과밭이 많았던 영천지역의 토질이 오랜 농약살포로 땅이 오염된 상태라 농약줄이기가 시급하다”는 양씨는 “나 혼자만 농약을 줄여도 큰 효과가 없다. 주변 사과밭과 함께 농약줄이기 운동을 확산시켜야되지만 기존 농업인들의 인식부족이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