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면 오산1리 산자연중학교를 지나 5백m를 더가면 큰 느티나무 세그루가 있는 마을을 지나자마자 귀농 5년차 조태홍씨(59)의 사과밭이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공덕 생태마을이 나오고 오산 2리 왜가리 서식지도 바로 인근에 있다. 사과나무 밑둥에다 열심히 삽질을 하던 조씨는 옆에 세워둔 골프카트를 가리키며 300kg 들이 사과상자 16개를 실을 수 있는 농산물운반차량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조씨는 고향으로 귀농한 사례다. 고현천이 흐르는 오산리는 조씨의 안태고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오산사과 생산지다. 일반 사과농과는 차별화된 한방사과를 생산하고 있는 조씨는 지난해 부산 경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공부하는 귀농인이다.
농사도 선택과 집중 필요“농사도 경영이 중요합니다. 선택과 집중도 꼭 필요합니다”라는 조씨는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 특성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귀농이후 틈틈이 공부해왔다”며 “생산기술은 기본적으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산비용에 비해 판매가를 따져 보면서 농업경영에 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과거 복합영농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경쟁력있는 한가지 작목으로 선택한후 집중 영농을 해야 한다.
사과나무는 수령이 늘어나면서 매년 200~300상자씩 생산량이 증가한다. 수확량은 늘었지만 가격대가 들쭉날쭉하고 있어 소득이 불안정하다. 조씨는 지난해 사과값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후에는 로칼푸드 운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농촌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조씨의 주장이다. 마트를 배제하고 도시소비자들이 직접 생산현장을 확인하고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가능한 한 그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촉진하는 로칼푸드운동은 먹을거리가 생산지로부터 밥상까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익명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거리를 좁힘으로써 식품 안전과 가격 안정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묘목분양과 냉동창고 건립그래서 사과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판로개척에다 가공판매까지 눈돌리고 있다. 묘목분양과 냉동창고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한기를 이용한 묘목분양은 전체 2천그루중 절반의 묘목을 도시민들에게 임대함으로써 체험농장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신선하고 안전한 사과를 맛볼 수 있으며 생산자는 고정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생사업이다. 올해안으로 냉동창고를 건립하려는 것도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과를 냉동보관하기 위해서다. 이미 50여명의 지인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아놓은 상태다.
기존 3천여평 사과 농사에다 최근 1천2백평을 추가 임대해서 사과나무를 심은 조씨는 올해안으로 사과저장 냉동창고를 지으면 일단 크게 돈들어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는 농사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조씨는 또 한방액비를 뿌리며 생산한 한방사과에다 한방재료를 첨가한 사과칩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사과와 인삼의 조합이 잘 맞아 급동결시키면 종이처럼 바싹바싹한 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칩과 같은 사과칩을 만들어 도시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LG그룹 영업담당 간부로 일했던 조씨는 3년정도 귀농준비를 했다. 부산에서 주말마다 찾아와 부모님 집 농사일을 거들면서 귀농준비를 해왔다. 2011년 귀농후 임대해 놓은 땅에다 사과나무를 심었다. 기본적으로 주거가 해결된 상태라 남들보다는 쉬운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묘목구입에서부터 나무심기, 농기계 구입등 투자에 비해 소득이 없었기에 귀농 초창기에는 직장상사로 모시던 분이 회장으로 있는 ㈜화진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약간의 소득이 나기 시작한 귀농 3년차에 부인 문귀애씨(55)가 합류했다.
자녀세대 귀농 이끌어야농협주부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영천시내까지 나가는 문씨는 “수확기나 바쁜 농사철에는 수업참가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남자들은 저녁에 술자리라도 갖는다지만 귀농한부인들을 위한 복지센터와 같은 여가활용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농희망자들에게 “귀농은 제2의 인생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분명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적당히 살겠다는 식이라면 어렵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씨는 “바쁜 농사철에는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서 밭으로 나간다. 수천평 과수원 나무마다 삽으로 퇴비를 혼자서 모두 뿌렸다”며 “농촌생활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이후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것과 남은 인생도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는 조씨는 “초창기 5년만 투자하면 20년 먹고살 수 있는 소득이 창출된다”며 귀농을 권했다.
“농촌인구유입 차원에서도 행정기관이 관심을 갖고 귀농인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조씨는 초보 귀농인들의 농촌 적응을 인도하는 코칭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희보다 자녀세대를 위한 농촌활성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이 귀농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