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영천지역의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귀중한 근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영천극장 복원 계획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최근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영천극장을 매입해 복원해야한다는 여론이 제기된 가운데 영천시는 법원 경매에 나온 영천극장(교촌동 169-3 외 5 필지, 모두 15,730㎡(520평)을 매입해 복원작업을 거쳐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물건이 제3자에 낙찰(8억6천만원) 되면서 영천극장 복원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영천극장 매입에 실패하면서 또 하나의 귀중한 근대 문화유산이 철거, 소실 위기에 놓이면서 영천시 문화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영천극장 매입에 실패한 원인은 영천시가 그동안 시민 여론을 무시한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결과”라며 비난했다.앞서 영천시는 현충시설로 지정된 백학학원 건물이 대부분 무너진 채 방치되고 있고, 경산에 수백만원에 팔려간 상엿집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가 지정한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또 경상북도 기념물 제152호로 지정(보물 517호)된 영천 도남동 신라시대 저수지 청제(菁堤)의 여수로(물넘이길) 양쪽 암벽 부분이 정비 공사 중 깎여나가 원형 훼손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등 영천시의 문화재 관리에 헛점을 드러냈다.
교촌동 영천극장은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 산물인 단성사가 최근 철거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면서 영천극장의 근대 문화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보존해야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실제로 국내 가요계의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정두수 선생은 방치되고 있는 영천극장을 보고 안타까워 지역 시민단체에 영천극장 복원을 당부하는 편지를 보냈다.그는 허물어진 영천극장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며 같은 시기에 지은 서울 종로의 단성사와 함께 귀중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지역에는 영천출신으로 조선발성영화제작소를 창립해 유성영화의 초석을 다지는 등 국내 유성영화를 주도한 영화인 왕평과 영천에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영화인 신성일씨 등의 기반을 활용해 영천을 영화도시로 만들자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모석종 영천시의원은 “영천시가 영천극장을 매입하기 위해 애쓴 흔적은 있다”며 “영천극장이 근대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민속박물관 인근에 영천극장을 복원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