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국민에게 던져주는 실망이 크게 느껴집니다. 지명 철회한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교육자적 자격을 묻는 본질적 사안에서부터 자진 사퇴한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갑질 논란 등 사회 지도층에서 드러난 참담한 민낯은 보기 딱할 정도입니다. 나머지도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리를 지켰습니다.지금이 야만의 시대도 아닌데 사회 전체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만연한 갑질에도 사회적 약자들은 문제 제기도 못하고 어려운 상황을 견딥니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충직하면서도, 약자에게는 가혹한 권력형 인간상을 봅니다.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각 직장 역시 사람 모여서 사는 곳이고, 일을 하는 곳이라 갑질의 형태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서 주위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보좌진에 대한 갑질 여부입니다.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며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 비데 수리지시 등의 의혹이 불거졌는데, 사실이라면 업무 외 사적인 지시를 한 셈이라 근로기준법 위반 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앙언론 매체들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실제로 보좌진 교체가 잦았고 ‘재취업 방해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것은 갑질을 넘어 2차 가해입니다. 갑질로 통칭하는 행위에는 크게 사적인 심부름 시키기를 비롯한 부당한 업무지시,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 성폭력 등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금지됩니다. 또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것, 일을 한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 이후에도 수당 없이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모두 갑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갑질은 대부분 우위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권력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갑질이 사라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윗사람이 가진 권력이 크고,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힙니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개별 헌법기관으로 일종의 ‘왕국’이 돼 외부의 견제가 작동하지 못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승진이나 이동에 권한이 있는 상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거란 염려때문에 참거나 당하고만 있는 피해자가 있을 겁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불만을 토로하면 그날부터 온갖 불이익이 돌아오거든요. 상사는 절대 권력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이 모두가 알량한 권력이 만들어 내고, 당사자의 잘못된 인성에서 나오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 소문은 빠르게 전파되고 평판은 늘 약자가 잘못했을 거라는 직장문화도 문제입니다. 또 한번 논란이 되면 주홍글씨처럼 늘 영향을 미치며 따라 다닌다는 것이죠.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권력에는 명분이 있고, 직장은 잘하면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영속성이 있어 쉽게 도전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갑질이 확인되면 따끔한 불이익과 함께 확실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태조사에서 여성과 20대와 30대, 근속 3~5년과 5~10년 등 연수가 낮거나, 6급 이하 공무원의 인권 침해 피해 경험 비율이 높은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갑질은 보통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 곳곳에는 불평등한 관계를 이용해 사적 심부름이나 가정사까지 맡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수직적 위계와 권위주의 문화가 뿌리 깊은 곳이라면 갑질은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공분하는 이유가 갑질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을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매듭지을 것이 아니라 갑질 문제를 뿌리 뽑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과거 ‘미투운동’처럼 갑질도 악습을 끊고, 사회 전체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