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의 맑고 청정한 기운과 금호강 상류의 깨끗한 물로 친환경농법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재배하여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한 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천댐의 맑은 물로 재배하고 있어 ‘용수농원’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경면 창하리에서 배농사를 짓는 안홍석씨(69)의 용수농원 안내 팜플릿 문구다. ‘용수농원’ 그리고 ‘안홍석’이라는 이름을 걸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드리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드린다고 공언하는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영농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21년차 귀농인이다. 1㏊ 규모의 농장에 배나무 1천여 그루를 재배해 연평균 50t에 달하는 배를 생산하고 있다. 배와 배즙 판매로 2억5천만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량 인터넷 주문 판매다.
2007년 ‘신지식농업인장’ 받아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름난 최고의 배를 생산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매일같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안씨는 2007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 농업인장을 수상했다.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될 정도로 배농사의 달인이요 ‘배박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자천초등 14회 동기회원들과 청와대를 다녀온 것이 생애 첫 야유회였다는 안씨는 오로지 배농사에만 전념하는 농업인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적 없어요’ 배박사란 용어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 붙여준 별명일 뿐이라는 그는 농림부로부터 농민 현장교수로 임명받았다. 안 씨의 배밭인 용수농원 한쪽에는 127㎡ 규모의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현장실습교육장이 마련돼 있다. 안 씨는 이곳에서 농고생, 농대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배농사 기술을 가르치며 강의료도 받고 있다.
안 씨의 농장에는 철마다 외국 농산물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중국은 물론, 농업 선진국인 일본에서 수차례 강의 요청도 받는다. 그야말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에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농업관계자들이 찾아오면 안 씨가 직접 영어로 농업기술을 강의하고 실습시간도 갖는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배농사 잘 짓는 법’ 강의 요청으로 바쁘다. 농림부와 농협, 환경농업단체 등이 주최하는 전국 친환경농산물 품평회 과일부문에서 상을 도맡아 수상했던 안씨는 중국 정부 초청으로 중국에서 배 재배법 영농교육도 수차례 실시했다.
귀농초기 실패, 배농사 연구에 몰두1995년 대구에서 가전대리점을 운영하다 귀농한 안씨는 곧바로 배농사에 뛰어들었다. 과일은 물만 주고 비료만 주면 되는 줄 알았을 뿐 준비없이 귀농한 결과는 보기좋게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를 거울삼아 배농사 연구에 몰두했다. 유기농법에 매달려 관련 서적을 읽고 전국의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교육을 받았다. 배 재배법 연구에 매달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유기농 발효퇴비였다. 농한기를 이용해 활엽수의 낙엽과 참나무 숯, 깻묵, 콩대, 볏짚, 한약 찌꺼기, 계란 껍질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버무려 유기미생물로 충분히 숙성시켜 만든 청초액비를 배나무의 거름으로 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반 배나무의 경우 4년만에 5m 가량 성장하고 열매는 2년만에 수확하는데 안씨의 배나무는 거짓말처럼 1년에 5m를 자랐고 그 해 바로 수확이 가능했다. 이렇게 생산한 배의 당도는 16브릭스(brix·당도 측정 단위)로 일반 배(9~12brix)보다 훨씬 높았다. 당연히 서울의 청과물시장 등에서도 다른 유명 배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청와대, 국정원, 국세청, 검찰청, 변호사회, 요르단대사관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안씨는 고품질 배 생산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한 리콜제를 실시했고 배즙 제조가공기술부문 특허권도 따냈다. 중국 한의학계 자문을 받아 대구대학교와 공동개발한 배즙은 오미자와 도라지·생강·올리고당 등을 첨가, 감기와 기침·숙취해소 등에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이 생산한 배와 배즙은 철저한 리콜제를 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고 있다.
층계식작업대 등 개조농기계로 노동력절감 안씨는 또 노동력을 아끼기 위해 농업장비와 농기계를 개조하거나 직접 만들었다. 특히 승용차에 앉아서 풀을 깎는 ‘승용예초기’와 미니경운기를 만들어 배나무사이를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배나무의 키에 따라 바퀴를 단 “층계식 작업대” 등을 만들어 노동력을 절감하고 작업의 효율을 높였다. 실용신안특허를 받은 개조농기계는 물론 안씨가 따낸 특허권이 열손가락을 넘는다.
안 씨의 성공 사례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KTV 정책연설 때 소개되기도 했다. 안 씨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과 자신이 닮았다며 “귀농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성공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취재 끝에 직접 가지유인작업을 시연해 보여주던 안씨는 “해가 떠있을 동안 항상 밭에서 일한다. 배농사에 관해 궁금한 귀농인들이 전화하면 언제든 답변해 주겠다. 단지 심야시간만 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