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에 고향도 아닌 영천의 호연정에서 오직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후학양성과 집필에만 전념하신 병와 이형상 선생님은 시대를 뛰어넘은 큰 스승이십니다”
충남 아산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구지현 교수(45)는 “병와 선생의 저술 분야도 성리학, 예악, 보학, 역사, 지리 등으로 다양할 뿐아니라 당파를 초월해 살아오신 삶 자체가 지식인의 표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성내동 호연정에서 병와 선생의 학문과 삶에 관심있는 학자들의 오찬모임에 참석한 구 교수는 “이형상의 일본지리지 ‘동이산략’ 연구” 논문을 발표한 병와 선생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조선통신사 관련 사업을 통해 영천과 인연을 맺었다는 구 교수는 “18세기 초 이형상이 작성한 일본지리지 ‘동이산략’은 변방 대비 뿐아니라, 새로운 의례까지 망라한 종합적인 일본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며 일본 사행 경험없이 동래부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지리지이지만 풍부하고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자료라고 역설했다.
인천 출신인 병와 선생은 효령대군 10대손으로 1677년(숙종 3년)에 사마시, 1680년에 문과시에 급제한 후 호조좌랑, 청주목사, 동래부사, 경주부윤, 제주목사 등을 지냈다. 그후 벼슬을 사양하고 영천에서 호연정을 짓고 30여년간 후학 양성과 저술에 전념했다. 병와 이형상 선생이 남긴 142종 326책, 3천1백86수의 초고본은 전대미문의 희귀본으로 1979년2월8일 정부가 이를 보물로 지정(10종 15책-보물 제652호)하고 영구 보호를 위해 호연정 안에 ‘유고각’을 지었다.
구 교수는 “청백리로서 관료로서도 모범이셨던 병와 선생의 학문 영역은 넓고 깊어서 경학 및 성리학, 예학, 역사, 전기,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본연의 자세를 지키신 분”이라며 “학문 분야 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년에 고향이 아닌 영천 땅에 머무시면서 지역색이나 당파에 얽매이지 않은 학자로서 애오라지 학문연구에만 매진하고 후학을 길러낸 모범을 우리도 따라야한다는 것.
구 교수는 “병와 선생은 저술을 통해 작자미상의 고려가요 174편의 작자를 정확히 밝혀냈다”며 “‘악학편고’의 경우 궁중음악에 대비되는 민중음악의 하나인 속악과 악학 이론들을 수록한 저술로서 고려가요 연구의 귀중한 자료”라며 “대학자이신 병와 선생의 일대기는 물론 선생이 남기신 유물들을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