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후 고향으로 귀농한 것을 110%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대구에서 은행에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후 2012년 고향인 오수동으로 귀농한 이태완씨(67)는 “포도농사를 짓는 것도 즐겁고 부부동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등 마을친구들과도 잘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 마을친구들의 친목모임 총무를 맡아 지난 4월에는 17쌍의 친구들이 울릉도 부부동반여행을 다녀왔다는 이 씨는 “앞으로 국내여행과 더불어 1년에 한두차례의 해외여행도 준비하고 있다”며 행복한 계획부터 털어놓았다.
귀농은 가족화합에 최고!“무엇보다 가끔씩 찾아오는 손자손녀들이 포도밭에서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이 화합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이 씨는 지난 달 8일 어버이 날에 출가한 두 아들 내외와 충청도에서 직장생활하는 막내딸까지 전가족이 돼지고기 파티를 벌였다며 흐뭇해했다. 2,900㎡(80평)의 텃밭에서 상치, 쑥갓, 당근, 오이,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고구마, 사과, 대추, 감나무 등 채소와 과일까지 재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그는 “가족들과 함께 시골 집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에다 쌈싸먹는 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수확 때는 서울출신인 부인이 포도를 상자에 넣는 작업을 일일이 다해줬다는 이 씨는 가족들이 다함께 힘을 모아 포도를 수확한 후에는 농사지어 번 돈으로 손자손녀는 물론 며느리 손에까지 용돈을 쥐어 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배운대로 농사지어 고품질 포도생산신녕천 강가에 수양버드나무가 다섯 그루가 있었기에 ‘오수동’이라는 마을이름이 붙여졌다는 지명유래까지 설명하는 이 씨는 “17년 전에 고향마을에 땅을 미리 매입했다”면서 귀농 이듬해인 2013년 2년과정의 영천시농업기술센터 포도교육을 열심히 받으면서 트랙터로 복토작업을 했다. 물빠짐이 좋도록 맨밑바닥에 큰돌을 까는 등 기초 시설작업을 마쳤다.
2014년 2,801.7㎡(8백49평) 밭에다 370주의 포도나무를 심었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농업기술센터 전성호 포도박사의 세밀한 지도를 받았다. 충분한 햇볕과 원활한 공기소통을 위해 고랑과 나무사이 폭을 3m로 넓게함으로써 병충해에 강하고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게했다. 나무 수형도 배운대로 설치하고, 비가림막도 보통보다는 더 넓게 함으로써 비가 올때도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생종인 캠벨얼리(흑포도)와 MBA를 절반씩 재배함으로써 주변 밭들보다 빨리 수확하고 늦게까지 출하할 수 있었다.
7월30일 첫 수확에 들어가서 8월10일에 출하를 마친 조생종에 이어 MBA는 9월20일 첫수확 후 10월5일 출하를 마친 지난해 첫 소출로써는 적지않은 수익을 올렸다. 3천여만원의 시설투자비 등 초기투자비용을 상쇄하려면 멀었지만 지난해 폐농한 포도농가가 많아서 올해 수입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자손녀들이 바로 따먹을 수 있도록 농약을 전혀 살포하지 않고 재배했다는 이 씨는 “박사님이 가르쳐주는 그대로 농사지은 결과 특판으로 출하하는 등 비교적 비싼 값을 받고 출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생종 첫 수확 후 농협 공판장에서 출하여부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박피를 했느냐?”는 질문에 “박피도 하지 않았고, 고랑과 나무사이가 넓고 일찍 익었다”니까 경매사가 직접 현장확인 후 특판하게 됐다는 것. 전체수확량의 90%는 농협공판장을 통해 출하하고 나머지는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직판으로 판매했다.
치밀한 준비로 시행착오 줄여야바로 인접한 포도밭이 폐농해버린 상태에서 주변 땅값이 많이 오른 것이 맘에 걸린다는 이 씨는 인근 신녕천 둔치에 체육시설과 보도시설을 설치하는 공원화작업이 끝나면 주변에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을까 우려했다.
시골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마음이 편하다는 이 씨는 특별히 운동할 시간을 낼 필요없이 매일 새벽부터 움직이는 자체가 운동이 되고 있다며 귀농희망자들에게 도시 생활에서는 누릴 수 없는 맑은 공기와 넉넉한 시골인심 속에 새벽부터 농사지으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귀농을 적극 권했다. 귀농희망지에 대한 정보를 꼼꼼이 살펴보고 작목선정을 미리 해놓는 등 정년퇴직 전에 가능한 빨리 귀농준비를 할수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포도농사는 노후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이라 권하고 싶다는 이 씨는 귀농인 교육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잘 준비돼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