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하고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사교육이라고 하면 공교육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따로 챙김으로써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도 특별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하자는 꿈의 소산이 아니겠는가? 꿈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의식 속에 남보다 아주 뛰어나서 남들 위에 군림하는 그런 꿈을 꾸는 거라면, 그래서 ‘갑질’을 하고 특수사회 신분으로 구별되는 삶을 추구하는 거라면 이는 경계해서 마땅하다.
교육부의 한 고위 공무원이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라고 말했다는 일로 해서 세상이 술렁거리고 있다. 한 신문 칼럼은 “고위공직자로서 취중 아니라 몽중(夢中)에서도 해선 안 될 발언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가하면, 지난 11일 그 당사자가 국회에 불려 나와 “죽을죄를 지었다”며 허리 굽혀 사죄하는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발언은 명명백백 헌법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언행이 나온 데 대해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과연 인간은 평등한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분명 있다. 필자가 대학생 때 강의실에서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강의실을 나오면서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불평등을 조장하는 ‘선동’이 아니었다. 그런 현실의 바탕 위에 평등을 향해, 즉 다른 사람을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이며 ‘당부’요 ‘격려’였다.
세계인권선언의 정신과 형제애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평등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보자는 것이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에 끝난 다음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국제연합(UN)은 또한 국가간 선린관계를 유지시키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서 인도적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꾀하며,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의무를 갖는다. 1948년12월 10일 제3차 파리 유엔 총회에서 당시 가입국 58개 국가 중 50개 국가가 찬성해 채택된 인권에 관한 세계 선언문이 곧 세계인권선언이다. 1948년에 제정 공포 시행한 대한민국 헌법 역시 이 정신을 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2천년 전 그리스도교가 태어나면서부터 유럽에서 박해와 환난을 겪어야 했고, 종교의 자유를 얻으면서부터 늘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유럽이 함께 해왔다. 구약성경 첫머리를 장식하는 <창세기>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1장27절)고 하는 이 말씀을 근거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게 됐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라도 형제로 대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모든 사람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고 전제하고 “하느님 아버지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이웃 형제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깊이 연결되어 있다”(5절)며 ‘형제애’(Caritas fraterna, fraternal charity)를 제시한다. 이웃은 같은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그분 안에 한 형제 · 자매라는 인식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서 애덕을 실천하는 것이 형제애다. “만민을 아버지같이 돌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한 가족을 이루고 서로 형제같은 마음으로 대하기를 원하셨다”(사목헌장 24).
이렇게 볼 때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귀중하고 존중 받아야 할 존재이며, 어떠한 능력, 어떠한 처지에서도 존엄한 권리를 지닌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말하고, 제2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국민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이들과 유사한 그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차별을 받지 않고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