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은 삼산이수(三山二水)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특히 보현산과 기룡산을 중심으로 한 보현골 주변은 전국에서도 자랑할 만한 청정지역이다. 그런데 여기에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여 자양면과 화북면 주민들이 풍력단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영천 풍력발전소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보현산 능선에 3,000KW짜리 12기, 2,000KW짜리 2기, 기룡산 능선에 3,000KW짜리 18기, 화산에 1,650KW짜리 9기 등 총 41기를 건설하여 108.85MW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풍력발전기의 규모가 영덕의 발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초대형으로 한쪽 날개가 45M, 회전 반경은 100M가 넘는다고 한다. 거기에다 생산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나 지하 송전 케이블 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풍력발전기 건설은 물론 도로 등 부대시설을 위해서는 대규모로 산을 깎아내지 않을 수 없다. 명산의 산꼭대기에 풍력발전기와 도로가 난다고 상상만 해도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다.풍력단지 조성은 청정지역의 자연파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그 모든 문제에 앞서 영천의 진산(鎭山)인 보현산과 기룡산, 화산의 등뼈에 쇠말뚝을 박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36년간의 긴 세월동안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훼손하기 위하여 전국 명산 정수리에 쇠말뚝을 박았고, 광복 이후에 그것들을 열심히 뽑아내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찾지 못한 쇠말뚝이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과학을 중시한 나라다. 세계지도 상에서 아주 자그마한 고려, 조선이 일궈놓은 인쇄술이나 천문관련 연구물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일본은 우리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아류국가였다. 그러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한 신문물 도입으로 세계열강에 진입하였다.우리가 지금 일본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일본의 침탈로 주권을 빼앗긴 40여 년 동안 놓쳐버린 과학기술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입국의 기치아래 보현산에 천문대를 건설하였고, 그것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영천시에서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을 만들었고 별빛축제까지 열고 있다. 이렇게 영천이 천문과학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필자는 커다란 자부심을 느껴왔다.그런데 이 나라 정부는 민간 업체를 앞세워 영천의 정기를 만들어내는 해발 1,124m의 진산(鎭山) 보현산, 보현산과 마주하며 수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영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해발 961m의 기룡산(騎龍山), 그리고 군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828m의 화산(華山)에 4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보현산 천문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1.8M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의 사진은 10,000원 짜리 지폐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천문과학의 상징이다.풍력발전기의 설치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공급을 위한 방안의 하나이다. 친환경 대체에너지는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높은 산 등허리에 높이 100미터 기둥을 세우고, 45미터 이상 되는 날개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넓은 도로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산림이 훼손되고 얼마나 많은 기암괴석과 흙이 파헤쳐야 할지는 불문가지다.또 사업부지로 선정된 산들이 모두 편편한 야산이 아닌데 절토 후에 나타날 자연재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15년 전 태풍 매미와 루싸가 들이닥쳤을 때 보현산 천문대 진입도로의 엄청난 붕괴현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더 이상 자연훼손을 막아야 한다.오래 전부터 국가 농촌 기본정책은 “농촌은 농촌다워야 하고, 농촌의 어메니티[Amenity]를 유지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어메니티(Amenity)란 환경보전, 종합 쾌적성, 청결, 친근감, 인격성, 좋은 인간관계, 공생 등의 여유(경제성, 문화성 등), 정감(환경성, 쾌적성 등), 평온(안전성, 보건성 등)이라고 하는 다양한 가치 개념이며, 한 마디로 말하면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쾌적함”이라고 할 수 있다.즉, 인간과 환경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장소성에서부터 심미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가치 지향적 어메니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접근방식이 논의되고 있고 공공재적 가치 개념에 따라 직접지불제의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지역주민들의 반대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나 소위 말하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원자력, 화력 등을 제외한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무조건 밀어붙이는 방법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설득과 협력이 우선해야 한다. 물론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중요한 정책이나 시설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반대부터 하는 국민의식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영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력발전소 설치는 농촌을 붕괴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허가를 취소하고 해양 풍력 등 다른 여러 가지 방향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천시는 개발업자들의 어떠한 로비에도 유혹당하지 않고 개발행위를 불허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이 땅을 물려주어야 한다.지난 2016년 7월 19일 영천시장님은 보현산기룡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 주민대표(자양면 13명, 화북면 13명)와의 면담에서 주민이 반대하면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시장님의 공언을 해당 지역민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