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린 만큼 되돌려 주는 땅에 대한 고마움이 절로 생겨요”가수겸 노래강사로 경로당이나 요양원 위문공연에 바쁜 가운데서도 농삿일에 재미붙인 귀농인이 있다. 고경면 3사관학교 인근 단포리에서 포도농사에 이어 지난 4월부터 초석잠 재배에 나선 이서인씨(55)는 2014년 3월 남편과 함께 귀농한 3년차 초보 귀농인이다. 그는 여자의 몸으로 매월 20~30회 위문공연을 다니는 영천보건소 소속 가수겸 노래강사에다 초보농사꾼이며 가정주부라는 1인3역을 완벽하게 해내는 만능재주꾼이다.“시골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되돌려주는 땅에 대한 고마움을 흠뻑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대한가수협회 영천시지부 사무국장에다 영천문화원 스타문화봉사단원이면서, (사)한국연예 예술인총연합회 중 대구지회 노래강사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노래방기기에다 장구, 거문고, 아코디언, 피아노 등 각종 악기들로 가득찬거실에 들어선 기자에게 참외와 복숭아를 깍아주면서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직접 농사지은 싱싱한 과일을 대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덧붙인다.
바쁜 농사일과 함께 공연활동에도 적극 나서“동네 어르신들이 번갈아가며 채소와 야채, 과일은 물론 묘목까지 갖다주시는 모습에서 아직도 훈훈한 시골인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활짝 웃는 그녀는 연신 걸려오는 전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주말인 내일부터 이틀연속 매일 2회 공연 일정이 잡혔다”며“그저께도 하룻동안 대구와 영천 2곳의 복지시설 위문공연에 참여 했다”고 밝혔다.
바쁠 때는 하루 3회 공연까지 뛰는 그녀가 바쁜 공연 일정속에서 농사까지 지을 수 있는 원동력은 타고난 부지런함이다. 새벽 6시에 기상, 아침밥을 먹기 전에 2시간동안 풀을 뽑고 급한 농삿일부터 해치운다. 공연 나가는 날도 무대의상을 입은채로 밭에 나가 못 다한 일을 해놓고 공연나가는 일도 다반사다.포항출신인 그녀가 영천으로 귀농하게 된 것은 포항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던 남편이 공장 일을 접고 대구와 포항을 오가는 과정에서 우연한 계기로 정착하게 됐다. 대구 신서 혁신도시의의료분야 일을 보면서 지나다니던 고경면 단포리 국도변에 가까운 1400평 포도밭을 매입, 포도 재배에 나섰다.
3년전 귀농 첫해 만생종인 거봉포도 재배에 나섰던 그는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풀과의 전쟁에서 이기면 농사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풀을 뽑았다.
풀을 이기는 방법은 풀이 보일 때 마다 뽑아내는 방법뿐이었다.
눈만 뜨면 밭에 나가 풀을 뽑고 포도나무를 돌보는데 매달렸다.
풀을 다 뽑고 깨끗해진 들판을 바라보는 기쁨을 누렸다. 푸른 색을 띠던 포도가 보라색으로 변해가던 모습을 볼때는 자연의 신비를 느꼈다. 가꾼 만큼 보상해주는 땅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이외에는 밭에서 일했던 보람을 느꼈다.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한 그루에 16송이 이상 달리지 않도록 순치기를 해주고 영양분을 뺏기기 전에 필요없는 나뭇가지는 미리 제거해주는 세심한 보살핌으로 만생종인데도 빨리 수확할 수 있었다.
뇌경색, 치매에 좋다는 ‘초석잠’ 재배 시작수확후 유통과정마다 수수료가 붙는 농협공판장을 통한 판매 대신 직접 판매에 나섰다.
포항시절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서 직접판매로 수확물 전량을 소화해낸 그는 로칼푸드에도 관심이 많다.포도농사를 지으면서 참새 쫓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1400평 밭에 심겨져 있던 오래된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지난 4월 그 자리에 초석잠을 심었다. 미리 심겨진 포도나무가 노목이라 뽑아낼 생각을 하며 후속 작목을 물색하던 차에 우연히 TV를 통해 뇌경색, 치매, 기억력 증진에 좋다는 초석잠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후 인 터넷공부도 열 심히 하 면서 천안, 산청, 김천 등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초석잠 재배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국내 최고전문가에게 직접 재배기술을 전수받았다.
뇌혈관질환 뿐만아니라 변비해소에도 좋다는 초석잠 재배에 나선 그는 손이 많이 가는 포도재배도 재미 있었지만 손이 많이가는 만큼 노래봉사에 바쁜 그에게는 손쉬운 재배법으로 일손이 덜가는 초석잠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다.
4월 파종할 때 뜨물약을 한번 살포한 후 거의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작목이지만 매일 음악을 틀어놓고 애기 돌보듯 정성들여 가꾸고있다.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성장한다는 초석잠 재배에 주력해 온 그가 밭고랑 사이를 풀한포기 없이 깨끗하게 해놓은 것을 보고 농사선배들인 동네어르신들은 칭찬일색이다.가을에 잎이 지고나면 땅속에서 겨울동안 영글어가는 초석잠은 뿌리 끝에 다슬기 모양을 닮은 덩이줄기가 달리고 맛은 담백하며, 아삭아삭 씹히면서 단맛이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 수확하는데 1Kg에 1만5천원~2만원 정도에 판매된다”고 소개하는 그는 “2000Kg생산목표니까 이론상으로 내년초 예상수익이 3천만원이 된다”며 웃었다.“가수로서도 자리매김하고파”영천문화원 스타문화봉사단 단원이기도 한 그는 “위문공연을 가서 옛날 가요를 들려주면 벌떡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쌈짓돈까지 손에 쥐어주는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영천으로 귀농한 농사꾼이지만 가수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힌다.“오는 10월15일 개최되는 채널경북주최 제1회 영천댐 별빛걷기대회 개막식 초청가수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는 “3년동안 흠뻑 정이 들어버린 영천의 대표적인 관광지 영천댐을 밤하늘 보름달 아래서 한바퀴 돌아보는 별빛걷기대회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라며 대회 성공을 기원했다.단포리 주민들의 권유로 고경면 생활개선회에도 가입했다는 그는 귀농희망자들에게 “시골와서 살아가려면 온갖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며 “저 높은 고지까지 어떻게 올라가나 한숨만 짓지말고 즐기면서 하루하루 주어진 일거리를 열심히 해나가다 보면 행복한 전원생활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