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제멋에 사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많은 사람들이 ‘험한 세태이니 눈꼴사나운 타인의 행태가 있어도 못 본 체하라’고 한다. 분명히 제대로 된 충고는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다니 할 말이 없다.보기 싫으면 그렇게 외면하고 그 곳을 비겁하게 피하며 살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일까?얼마 전 퇴근 무렵 지하철역에서 아주 고약한 광경을 봤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를 젊은 남녀가 연출하고 있었다.아무리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가 우선인 세상이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강심장이란 이들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정말 고함이라도 쳐주었어야 하는데 나 역시 그 곳을 우회하고 말았으니 할말은 없다.그 역은 5호선과 8호선이 교차하기 때문에 이용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개찰구가 여러 곳에 분산돼 설치돼있다.그렇지만 각각의 개찰구엔 출입구가 세 개씩 밖에 없다.이 때문에 출퇴근 때에는 개찰구마다 기다란 행렬이 만들어지곤 한다. 만약 한 출입구라도 막히면 그만큼 행렬은 길어지게 마련이다.그 날 내가 내리던 때의 시간은 6시 10분쯤 되었다. 조금 빠른 퇴근시간이었지만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런데 이곳에서 두 남녀가 세 개의 출입구 중 왼쪽을 반쯤 막아선 채 짙은 키스 신을 연출하고 있지 않은가. 아주 딱 붙은 자세로 서로 끌어안고 입과 입을 맞대고 미동도 않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 출입구를 피해 나머지 두 개의 문으로 드나들고 있었다.내 앞에도 5명이나 줄을 서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모두들 ‘정말 별꼴 다보겠다’는 표정들을 지으며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그래도 그들의 애정행위는 나보란 듯이 이어지고 있었다.초상권 시비만 없다면 사진으로 그 광경을 찍어 요즘 가장 파급효과가 빠른 SNS에라도 올리고 싶었다. 나는 판독기에 교통카드를 체크하고 나온 후 일부러 발걸음을 느리게 하여 그들을 지켜봤다. 언제부터 그들이 붙어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윽고 그들이 떨어졌다.그리고 여자는 밖으로 나왔고 남자는 지하철을 타러 승강장으로 되돌아 내려갔다. 정말 눈물 없이 보아주기 힘든 지하철역에서의 이별이었다고 해야할까?나는 평소에도 지하철 객차 안에서 젊은이들의 도를 넘는 진한 애정표현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그리고 그 때마다 ‘정말 기본적 에티켓도 모르는 지각없는 녀석들’이라며 속으로 비난을 퍼붓곤 했다.간혹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딸은 거리낌 없이 내게 해법을 알려주곤 했다. “아빠, 그럴 때는 아빠가 다른 칸으로 가든지 해서 비켜. 그네들은 구제불능의 아이들이야.” 참으로 명쾌한 해법이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그들을 볼 때마다 내가 서당 훈장이나 학교 훈육주임교사 노릇을 할 수도 없으니 딱하다.이런 경험은 내 주변 사람들도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된다.가끔 친구들과 모인 좌석에서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올라오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그럴 것 같다.분명히 예전에는 낯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또 동네 어른들이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최대한 자세를 바로하고 예의를 차렸다.그래서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로 통하지 않았을까?나는 요즘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부터 영어다, 피아노다, 태권도 등을 가르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 엄마들을 많이 본다.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차마 밖으로 내 뱉지는 못하지만 속으로 중얼거린다.‘식탁예절, 어른 공경, 남에 대한 양보 등 기본 예절교육부터 제대로 시켜라. 이 정신 나간 젊은 엄마들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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