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록 전문가 들이 참여하는 ‘2016 세계기록총회’(ICA Congress)가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려 9일까지 계속된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과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가 공동주관하는 세계기록총회는 유네스코 3대 문화총회에 포함되는 행사로서, 100여 개국의 기록전문가 2천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ICA는 1948년 유네스코가 주최한 기록전문가회의 결의로 창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회원국은 190여개국이며, 4년마다 총회를 열어 ‘기록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린다.총회 기간 코엑스 전시장에서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내 기록물 13건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조선왕조 의궤, 일성록,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한국의 유교책판,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등이다.방송의 한 장르로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고, 이 가운데 정치 드라마(Political drama)도 있다. 그 당시에 정치 상황을 사실에 맞게 재현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는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당시상황을 픽션으로 재연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을 내어놓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치관련 내용이 드라마 소재인 픽션으로 쓰일 정도로 일상화가 진행되었으나, 동아시아권은 민감한 현대사와 현재 집권층의 영향 탓으로 사실을 다루는 정치 드라마를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다.우리나라 정치 드라마로서는 한운사의 ‘잘 돼 갑니다’를 그 효시로 보고 있다. 1967년 4월에 DBS 동아방송(HLKJ, 언론사 통폐합으로 1980년 말KBS에 흡수) 9시 연속극으로 시작된이 드라마는 매일 밤 청취자의 호응을 크게 받았던 작품이다. 작가의 회고에 따르면 명동에서 이발을 하는데 이발사가 자신을 알아보고 이승만 박사의 머리를 만져주던 김용제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던 것이다. “그저 한 마디도 하지 말고 무얼 묻거든 ‘잘 돼 갑니다’는 소리만 하라는 비서진의 주문. 이 ‘인(人)의 장막’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처럼 적절한 표현이 또 있는가. 당장 동아방송에 드라마로 쓰기로 했다”(한운사 회고록 ‘구름의역사’ 171쪽).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옛 자유당 의원을 지낸 어느 정치인한테서 협박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밝힌 한 선생은 “그 뒤 TBC 동양방송(HLKC, 역시 1980년 말 KBS에 흡수)은 ‘광복 20년’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 처음엔 이영신이 썼고…”라고 했다. 1967년 8월에 시작한 이 드라마는 1년 반 동안 387회를 이영신 작가가 쓰고 김교식 작가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이영신 작가가 최근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30년 황해도 안악(安岳)에서 태어난 그는 김구 선생의 연고지가 자신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정계에 발이 넓었던 데에 바탕을 두고 열심히 파고들어 MBC라디오에 ‘격동30년’, KBS 라디오에 ‘독립운동 비화’, MBC-TV에 ‘제3공화국’, SBS-TV에 ‘코리아게이트’와 ‘3김시대’, SBS 라디오에 ‘김두한’ 등 정치 드라마를 기획, 집필하며 무척 바쁜 나날을 살았다. 안산(安山) 시절 한 동네에서 살기도 해 필자와는 비교적 가깝게 지낸 선배로서, 말년에 혼자서 의정부 한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지내던 중 1년 전 마르코라는 세례명으로 영세 입교해 가톨릭 신자로 살다가 세례 한 돌인 올해 9월 3일 지상여정을 마감했다.한운사 선생 역시 선종하기 나흘 전인 2009년 8월 7일 당시 서울대교구원로 사목자였던 김옥균 주교가 병실을 찾아와 직접 세례를 베풀었다. 세례미사를 집전한 김 주교는 “하느님 자녀로서 한 선생님의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며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 최서면(아우구스티노, 당시 84세, 서울 세종로본당)옹은 “한 선생님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어우르는 귀중한 작품을 쓰신 분”이라며 “종교가 무엇인지 평생을 고민하면서 사신 한 선생님이 마지막에 선택한 것이 천주교”라고 말했다.최옹은 한국인 최초의 주교인 고 노기남(바오로, 1902~1984, 전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비서를 지내 김옥균 주교와도 친분이 있었으며, 한 선생이 세례를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오랜 지인이기도 했다.1923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한 한운사 선생은 1944년 일본 주오대학 재학중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당해 1945년 9월 귀국했고, 서울대 불문학과 재학중이던 1948년 ‘어찌하오리까’(후에 ‘인생 역마차’)가 KBS 라디오에 방송되면서 방송작가로 데뷔한 이래 ‘이 생명 다하도록’ ‘현해탄은 알고 있다’ ‘잘 돼갑니다’ ‘빨간마후라’ 등 수십 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소설을 넘나드는 작가로 활동한 분이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하느님을 알아 새롭게 태어난 고인의 선택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 선생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던 김옥균 주교 또한 이듬해 2010년 3월 1일 85년의 생애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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