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지금쯤 맑은 날이었다면 태양의 마차는 마지막 열기를 전하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태양이 사라진 지금은 약간은 음침한 옅은 회색이 하늘과 땅을 채우고 있다.어제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를 하기 전에 했던 말을 적어본다.우리들이 한문이라는 특수한 문장체계로 이루어진 고전을 읽을 때 가장 힘들게 여기는 것은, 맨 먼저 우리글보다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한자를 대함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한자들에 대하여 원초적인 두려움이나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한문의 세계를 정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먼저 편안하게 책을 보는 연습을 하세요.
어려우면 그냥 넘어가고 우선 아는 것만 골라서 자연스럽게 보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보리밭을 매는데 비유를 해 보겠습니다.
보리밭에는 보리라는 곡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리와함께 여러 종류의 잡초들도 같이 자라고 있으니까요.보리밭을 매러 간 사람이 보리는 보지 않고 잡초만을 보게 된다면 보리밭 매기는 무척 어려워집니다. 저 많은 잡초를 언제 다 없앤단 말인가 하고. 하지만 잡초는 보지 않고 오직 보리밭 고랑만을 본다면 보리밭 매기는 무엇보다 쉬워지겠지요.즉 호미를 들고 보리밭 고랑 사이의 땅만을 매는 것이니 힘들 것이 없어, 잡초를 매는 사람이 하루에 열 이랑을 맨다면 밭고랑만 매는 사람은 백 이랑도 가능해 집니다.
이렇게 세 번 정도만 밭고랑을 맨다면 보리의 성장이 잡초를 초월하여 결국 보리농사는 성공이 되는 것이지요.책을 보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책을 많이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리밭을 매는 것과 같이 마음 편히 책을 본다면 다른 사람에 비하여 몇 번을 더 읽을 수가 있겠지요.
이렇게 여러 번 책을 읽으면 결국 우리는 책의 내용을 보다 많이 취득할 수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우리들이 책으로부터 얻어지는 지식은 보다 많아질 것입니다.여기 4차선의 도로가 있습니다.
이도로는 왕복2차선의 도로인데 여기에는 신호등으로 보호 된 횡단보도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를 건넌다면. 두 가지의 유형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한사람은 도로 전체를봅니다.
즉 왕복 4차선의 도로의 상황을 보고 한 번 만에 길을 건너려 하는 사람인 것이지요.또 다른 사람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한 쪽 방향만을 봅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이 사람은 먼저 절반을 건넌 다음 상황을 보아 나머지 절반을 건너려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경우 전자는 어렵습니다.
반면 후자는 길을 전자에 비하여 쉽게 건너겠지요.
이처럼 우리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일을 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물에는 언제나 두 면이 있습니다.이 두 면은 어려움과 쉬움일진대. 어려움을 주로 본다면 목적 달성이 힘들겠지만, 반면 보다 쉬운 방면을 본다면 목적달성이 보다 쉬워질 것입니다.자 이제 정리해 봅니다.
한문으로 된 고전을 봄에 있어 한자에 대하여 지나치게 어려워하고 주눅이 들어서는 아니됩니다.
한자로부터 자유로움은 한자를 모두 앎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많은 한자를 모두 알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기에 한자를 보되 편안하게 보도록 하십시요.
우선 눈이 편안해지면 그제서야 전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그렇다고 고전을 보는 최초의 수단인 한자를 몰라서는 아니 되겠기에 틈나는 대로 한자씩 전체 문장을 통하여 익히도록 하세요.우선은 복잡해 보이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는 그림으로 생각하면 시인성(視認性)에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즉 표음 문자에 비하여 오히려 눈에 익히기가 쉬운 것이지요.
이렇게 책을 한번 두 번익숙히 보다보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뜻은 저절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글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책보기가 쉬워 질테고 책을 자주 보다보면 내용 또한 쉽게 보여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