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청통면 송천리 ‘준우 토마토농원’ 박준우 대표(36)는 “힘들여 농사 지은 친환경농산물이 일반농산물과 별반 가격차이가 나지 않을 때는 허탈해진다”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적절한 가격책정을 요구했다.“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친환경농업인들의 기를 살려달라”는 그는 7920제곱미터(2400평) 12개 동 비닐하우스에 메론과 방울토마토를 절반씩 재배하고 있는 3년차 귀농인이다.친환경으로 농사 지은 메론과 방울토마토를 경산과 영천 등 대구지역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그는 “메론 출하가격에 있어서 일본산이 20~30만원을 받을 때 국내산이 2~3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국내산 메론의 품질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주변 농민들이 친환경농사를 꺼리는 이유는 관리하는 손길이 더 간다는 측면도 있지만 일반농산물과 가격차이가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할때 일반농산물보다 오히려 더 낮은 가격이 책정될 때는 허탈해질 뿐이라며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가격보장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건강한 먹거리 제공위해 친환경재배제초제를 아예 쓰지 않고 황소독을 하며 친환경농사를 짓는 덕분에 자신의 일터가 수풀이 무성하지만 그는 친환경 농사를 끝까지 밀고 갈 생각이다. 일반농사보다 신경이 더 쓰이고 손길이 더 가지만 그가 친환경재배를 고집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지난 8일 청통.와촌IC 인근 국도변의 송천주유소 맞은 편 길따라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준우토마토농원을 찾았다.추석명절을 앞두고 선물용으로 주문받은 농산물을 대구까지 직접 배달해주느라 새벽부터 일하지만 귀가하는 시간이 밤 10시를 넘기고 있다는 그는 “힘들다기보다 농사연구에 전념하다보니 힘든 줄 모르겠다”며 “아직까지는 농사를 배우는 중이라 열심히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비닐하우스 농사는 공기순환이나 햇볕 조절을 위해 아침에 문을 열어주고 저녁에 닫아줘야하기에 자리를 비울수없다. 자동으로 열고닫고 하지만 간혹 비가 올때는 수동으로 지붕을 닫아줘야 하기에 외출을 하더라도 멀리 갈 수 없다.푸른색의 메론줄기 사이사이로 머리위로 물주기 호스와 전선줄, 유인고리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메론재배동 바닥에는 흰색과 검은색, 녹색의 멀칭비닐이 깔려있다. 멀칭비닐의 색깔과 간격에 따라 생육상태가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중이다. 간격도 서로 다르게 해놓은 것이 모두 시험용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재배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재배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천장에 부직포를 설치해야하는 등 아직도 시설이 미비돼 있다”는 그는 특히 겨울나기 난방시설이 안돼있어 메론의 겨울재배는 포기했다고 한다. 난방비 46%를 절감할 수 있는 건치식 다겹 보온커튼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병해충 방제에 가장 신경 써김해 GM대우자동차공장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3년 12월 부모님이 농사 짓던 비닐하우스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자 이듬해 1월 서둘러 귀농했다. 화재 잔해중 쓸만한 철제막대를 용접하고 재조립하거나 새철제 막대로 갈아끼우는 등 비닐하우스 시설재건작업에 곧바로 나섰다. 동시에 메론과 방울토마토도 재배하기 시작했다.청통초등학교와 청통중학교를 나와 경북기계공고 금속과를 졸업한(대학에서는 ‘통신’을 전공) 그는 손재주가 좋아 비닐하우스 농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통 설치는 물론 웬만한 농사도구는 직접 제작했다. 굴삭기로 땅을 파고 4개 구역으로 나눠 대형물통과 물주기 호스시설을 설치했다.귀농초기부터 농사를 제대로 짓기위해 군위에 있는 농민사관학교와 영천시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농사공부에도 주력했다. 지난해 농민사관학교 ‘2030 청년리더 창업과정’에 이어 올해에도 3월부터 12월 5일까지 2주에 한번씩 개설되는 ‘시설과채류 관리’과정에 다니고 있다. 이론공부는 물론 선진지 견학이나 선배 농업인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메론을 선택한 것은 토양상태 등을 감안해 타작물에 비해 작황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타작물에 비해 손이 덜가고, 시설이 취약해도 재배가 가능할뿐아니라 심은지 석달열흘만에 수확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무엇보다 유기농업자재품질인증을 받은 바이오황을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서 친환경재배가 가능했기에 메론을 택했다.그러나 일손이 덜가는 대신 제때 작업을 해줘야 하는 메론재배는 무엇보다 병해충 방제에 가장 신경써야 한다. 벌레나 해충이 한번 오면 방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흰가루병이나 진딧물, 아메리칸솔파리 등 병충해를 가장 조심해야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재배를 위한 황소독을 수확할때까지 6~7회 정도 제때 실시해주는 것이 관건이다.이에비해 방울토마토는 연중 계속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심어놓은 후 2~3일에 한번씩 수확해 온 방울토마토는 겨울에도 4~5일마다 수확할 수 있지만 그만큼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에 힘이 든다.고향서 농사지으며 여유 찾아직장생활을 했던 김해 장유도 시골이었지만 고향에 내려와 농사지으니 마음이 편하고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는 그는 앞으로 가지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다. 하우스재배로 적당한 가지농사는 한여름 더운 날 한달동안 잎 한 장만 놔둔 채 가지 끝부분을 잘라주는 적심작업만 해 주면 한달 후에 열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남들이 힘들어 포기할 때 제대로 농사지어 제값을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제초제를 아예 쓰지않는 친환경농사가 힘들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