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할 때 보다 더 바쁜 귀농 생활입니다”임고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광수씨(63)는 “30여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귀농한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때 어린 친구들은 물론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만남이 즐겁지만 농사일에 전념할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밝힌다.임고 평천 출신으로 평천초등학교와 영천중학교를 나온 그는 대구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치고 국내 굴지의 K항공사에서 정년퇴직후 2013년 4월에 귀농했다. “귀농하기 3~4년전부터 주말마다 고향의 부친 과수원을 찾아 일을 거들어주며 농삿일에 재미를 붙였다”는 그는 “막상 귀농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해보니 손과 팔에 무리가 가는 등 만만찮더라”며 “작업량을 조절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밭에 나가서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일거리라 “은퇴후 귀농생활은 자기 건강이나 신체조건을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멘토·멘티로 농사기법 전수
귀농이후 영천시농업기술센터의 귀농인 교육은 물론 선진지 견학도 다녀오는 등 농업기술 습득에 주력해 왔다는 그는 지난해 멘토·멘티관계를 맺은 삼매동의 J씨 농원을 5개월동안 찾아다니며 농사기법을 적극적으로 전수받았다.귀농 첫해 나름대로 은퇴후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미리 심어놓은 참가죽나무와 핫코드라는 살구나무 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비가오면 터져버리는 등 상품화가 어려워 이듬해 복숭아로 작목변경을 시도했다. 2014년 봄, 심어놓았던 가죽나무와 살구나무를 모두 파내고 8,250㎡(2,500평) 과수원에 복숭아 150주와 지역기후에 맞는 살구나무 40주를 다시 심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현실을 반영해 부부의 힘만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수확기가 각기 다른 품종들을 섞어 심었다. 덕분에 6월말 수확하는 살구나무를 필두로 7월초 선천, 7월중순 경봉, 7월말~8월초에 수확하는 환타지아 순으로 복숭아를 수확하게 됐다.올해 귀농 4년만에 첫수확“심은지 3년만인 올해 첫 수확결과가 무난하다”는 그는 귀농이후 4년만에 올린 첫 소득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그동안 SS분무기와 관리기 등 기본 농기계를 구입하고 주택을 건립하면서 관수시설도 갖추었지만 앞으로 선별기와 이동전동장비, 냉동창고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풀과의 전쟁이 가장 어렵다”는 그는 초생재배를 하고 있기에 연 6회 정도 기계로 풀베기작업을 해주고 있다. “나무수명이 짧아지고 과일맛이 떨어 진다는 제초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관리기로 꼬박 8시간씩 이틀동안 실시하는 풀베기작업이 수확기때 걸리면 정말 바쁘다”고 한다.병충해 예방차원에서 살포하는 농약은 바람이 없고 병해충들이 덜 움직이는 새벽이나 밤시간에 살포해주고 있다. 그는 “농사경력 5년 이상이 돼야 농사의 기본인 농약살포에 대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취득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농사전반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금은 농협의 농약사가 일러주는 대로 저독성 농약을 연중 5~6회 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볼 때 ‘뿌듯’관수시설에다 지주대를 세워 간격을 맞춰놓은 복숭아나무 밭에서 과일이 주렁주렁 달리는 과정을 볼 때 정말 뿌듯하다는 그는 “올해 과잉생산 됐다는 복숭아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농산물의 가격 하한제도와 같은 농산물의 가격폭락 방지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당초 계획보다 농비가 추가된 상황에서 고향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새로 사귄 사람들의 경조사비도 추가 지출하는 셈이 됐다며 은퇴후 귀농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임고서원 서예반 2년차 “직장생활에 얽매여 못해봤던 책읽기 등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그는 2년째 매주 화, 금요일에 개설되는 임고서원 서예반에 다니며 서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시간만 나면 지필묵을 준비해 먹을 갈면서 서예에 열중하고 있다는 그는 “서예는 잡념없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며 면장과 시의원, 교장 출신에다 스님까지 함께 배우는 서예반원들과의 교분관계도 형성하면서 예의범절을 지키며 무언으로 인간도리를 배울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고 말한다.“여유를 즐기며 마음 편하게 농사 지으려고 귀농했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문중일도 떠맡게돼 개인시간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는 그는 친구들과 새로 사귄 지인들과의 각종 친목회 총무와 회장까지 맡고 있느라 밭에 나가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부부가 함께 여유있는 귀농생활 즐기고 싶어
자신의 불로그에 농사짓는 모습 사진을 올리면 “은퇴후에 정말 멋지게 산다”는 지인들의 반응이 있지만 “막상 직접 부닥쳐보니까 농사 자체가 쉽지는 않은 것같다”는 그는 “심어놓은 나무들을 건강하게 잘 키워서 큰 소득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함께 노력한 부부가 여유있는 귀농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