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론易(역)이란 占(점)을 치는 책의 일종이다. 점은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자 하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것이 占書(점서:점치는 책) 이상의 의미. 즉 철학서적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됨은 무엇일까? 그것은 점의 근본을 숙명이나 운명. 또는 우연이나 요행으로 보기보다는, 천지자연의 이치에 입각해서 인간의 일들을 풀어보고자 함에 있는 것이니, 이는 곧 우주나 자연의 이치(운행법칙)에 假託(가탁)하여 인간의 제반사를 대입한 것이다. 사람들은-특히 현대인- 점을 믿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믿음 여부를 불문하고 易(역)을 읽고 역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사의 변화도 자연의변화임을 알게 되며,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올바른 마음으로 현실을 충실하게 영위한다면, 언젠가는 나에게 이롭고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일종의 道德律(도덕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우리들은 결국 한정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죽음이라는 공통된 귀결을 갖게 된다. 이렇듯 역이란 ‘有始有終(유시유종)과 生者皆滅(생자개멸)’의 원리를 대 전제로 하여, 대자연의 변화와 현상으로 인간세계의 변화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대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자연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 본다면, 易(역)은 전혀 읽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역이란 책은 자연과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形而上學(형이상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식적 능력은 크게 ‘知’(지:이성적 지식) 와 ‘慧’(혜:인간의 감성과 정감이 관장하는 부분)로 구분하는데, 철학의 시작은 반드시 혜로 입문하여 지로 완성한다 하겠다. 易(역)은 陰陽(음양:우주의 두가지 기운과 성질)에 대한 원리의 이해이다. 음과 양은 끊임없이 운동하여 잠시도 그 작용을 멈추지 아니하며,그리하여 모든 것들을 변화시킨다. 음의 성질이 극해지면 다시 양으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자연계에서는 ‘달도 차면 기운다’로 되기도 하고, 이를 인간사에 대입한다면 ‘고생이 다하면 반드시 즐거움이 온다’로 될 수도 있으니, 이는 곧 자연계의 법칙이 인간사에 적용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역을 보는 눈은 곧 ‘자연계의 현상을 철학적으로 보는 눈’이어야 하며, ‘인간사를 자연현상으로 보는 눈’ 이어야 하는 것이다.
2. 역의 말뜻가. 역(易)이란 바꾸다. 바뀐다는 뜻이다이는 역이란 글자의 字意(자의)로 풀이하는 말로써, 자연의 현상이나 인간의 운명은 일정불변함이 아니라, 항상 流轉變化(유전변화)한다는 것이며, 이렇듯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 역이란 책이다. 즉 해와 달이 지는 것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는 우주와 자연의 변화이며, 사람의 성장함과 고생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는 것은 人事(인사)의 바뀜이다.나. 日月說(일월설)역이란 글자를 日(일)과 月(월)의 會意文字(회의문자:두 개의 글자가합성됨)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는 것인데, 日(일)은 陽(양)의 성질이며 月(월)은 陰(음)의 성질이라는 뜻으로서, 이는 우주 자연은 물론 인간사의 모든 것들이 이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 졌다는 설이다.
다. 觀測說(관측설)이는 易(역)자를 日(일)과 勿(물)의 회의문자로 보는 것으로서, 즉 어떤 일을 하 던 ‘ 해(태양. 日)’를 거슬리지 말아라 라는 뜻이며, 또한 천리天理를 거역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라. 도마뱀 설
이는 易(역)을 도마뱀의 상형문자로 해석한 것으로서, 도마뱀이 지형이나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듯이, 자연이나 인간도 변화무쌍한 환경에 잘 적응 하라는 뜻이다. 어쨋든 자연과 환경은 물론, 인간계의 모든 일들은 變化(변화)하고 流轉(유전)한다.소동파(본명 소식. 당송8대가의 1인)가 말했듯이, 세상을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시야에 비춰지는 모든 것들은 결코 한 순간도 고정불변의 것은 존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주역 繫辭傳(계사전:역경의 주해서의 일종)에 이르기를 ‘변화 한다는 것은 영원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