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한다면서 혼자 떠드는 사람
대화는 서로가 마주해서 주고받는 말, 또는 말하기다. 대화한다고 그래놓고 혼자서 떠들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래서 요즘은 상대편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이 중요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공감적 경청’을 많이 이야기한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의사소통학과 덴니스 콜리(Dennis Cali) 교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공감적 경청을 위해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몇가지 있는데, 우리가 깨어있는 시간의 70%는 소통하는 데에 쓴다고 하는 다른 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읽기, 쓰기, 말하기를 배우지만, 정작 듣는 것을 배우는 사례는 적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공감하면서 제대로 듣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우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이야기다. 그 결과로 우리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또는 부부 사이에서, 직장의 선배나 동료들 사이에 서로 이해받고 받아들여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때로는 반쯤 포기하면서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라고 체념해버리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의사소통에서 알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것 중 또 하나는 우리가 말하는 내용과 실제로 말하려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말과 억양과 몸짓이 일치하지 않을 때, 말의 내용보다는 그 사람의 억양이나 신체언어와 같은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의사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몸짓을 55%, 음성을 38%, 대화 내용은 7% 참고한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바꾸어 말하기’ 기법을 사용해서, 말하는 이가 말한 내용을 듣고 요약한 내용, 이해한 내용을 다시 말해주고 확인받으면서 의사소통을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한다.이런 방법으로 강의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세 째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 또는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스토리나 이야기의 대상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딴생각’을 하면서 듣는다면 제대로 들을 수 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치킨 집에 가자”고 하는 남편의 제의에 아내가 “치킨은 싫어!”한다면 치킨이 아닌 다른 음식을 제시해야 할 텐데 계속해서 “그 집에서 치킨을 잘 한다니까”라며 고집을 부린다면 제대로 대화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동문서답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가족 간에 대화를 할 줄 몰라서 큰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 아주 작은 일에서 빚어진 충돌이 결국은 이혼으로까지 확대되고 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해야 할 것인가? 직장에서 화가 잔뜩 나서 귀가한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대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사 또는 동료, 아니면 상대하는 어느누구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남편이 상대로부터 받은 상처를 이해해주고, 아, 그렇겠구나!’라고 공감해주는 일에서부터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나 자신을 비우고 들어주며 말하기
공감적 경청을 위해서 우리는 정말로 우리 자신을 비우고, 말하는 이의 긍정적인 면을 살릴 필요가 있다. 말하는 이의 의견이나 생각에 동의하거나 부인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말하는 이에게 공감하고 그를 격려해줌으로써 공감해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이 긍정적인 상태에 이르게 하기 위한 것이 공감적 경청이기 때문이다.공감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정안에 들어가는 것이며, 우리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하나가 되게 함으로써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이 곧 우리가 느끼고자 하는 것이 될 수가 있다. 형제와 하나가 되어준다는 것, 형제의 짐과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끼고 필요한 도움을 준다면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가 될 것인가.들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가 있다. 건축 공사장의 일꾼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크게 어려워하고 있는데, 안주인 되는 이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부인이 공사 일을 잘 알 턱도 없지만, 성심을 다해서 경청해주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실컷 이야기하고 난 그 일꾼들이 나중에는 웃으면서 돌아갔는데, 자기네가 말하는 사이에 문제가 해결돼버린 것이다.요즘 컴퓨터가 발달한 세상에 관공서나 일반 기관에서도 온라인 결재를 하는 일이 많다. 일의 능률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스템이겠지만, 사실 능률만 가지고 만사가 다 잘 되라는 법도 없다. 요즘 대통령의 실정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대면결재가 없다느니, 독대가 없다느니 하는 것도 곱씹어 볼 일이다.